적응해서 사는 법

아주 아주 작았던 딸기였는데 빈 자리가 너무 크다. 하긴.. 15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항상 세 식구였으니. 이제 두 식구 뿐이라는 게 느껴질 때마다 어색하다.

딸기가 가고나서도 마음이 정리가 안 되어 몇주간 노견 신부전 관련 정보를 계속 찾아봤었다. 그러다 딸기보다 몇달 전에 떠난 뽀미란 아이 견주의 포스팅을 보고 마음을 많이 가다듬게 되었다. 어느 영드의 대사라고.

사랑하는 이를 잃는 일은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단지 적응해서 사는 법을 배울 뿐이지..

그 어떤것도 네가 지금 느끼는 고통을 지우지 못할꺼야..

시간과..데낄라 만이 방법이야..

저 포스팅을 보고.. 나도 깨달음을 얻었다. 딸기를 보낸 슬픔은 극복되거나 잊혀지진 않을 것이다. 15년 동안 함께 보낸 기억이 어떻게 잊혀지겠는가. 딸기가 없는 지금의 삶에 적응해서 살아나가는 수 밖에. 그러다가 문득 딸기 생각이 나면 잠깐 울고, 또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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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딸기가 간 후 처음으로 계란후라이를 했다. 딸기가 있을 때는 계란에 소금이나 후추를 뿌리지 않았다. 딸기가 좋아하는 계란 노른자 부분을 덜어주었기 때문에. 오늘 아침 계란후라이를 하면서 문득 딸기가 이제 없다는 생각에 후추를 뿌렸다. 이제 우리집 계란후라이는 딸기가 있을 때와는 다른 모양이다. 앞으로는 후추를 뿌린 계란 후라이에 적응이 되겠지. 그리고 계란후라이를 먹을 때마다 딸기 생각을 하게 되겠지.

6 thoughts on “적응해서 사는 법

  1. 트니맘

    ㅠㅠㅠㅠ
    눈물나요.
    맞아요.그 어떤걸로도 슬픔을 막아주거나 위로가되진 못하죠.
    그저 견디고 적응하고 살아갈뿐..
    두분만 있는게 어색하죠?
    트니 잠시 미용만 맡겨놔도 트니아빠랑 둘이 있으니 어색하다 이러는데
    그게 계속 이라고 생각만 해도ㅠㅠ

    계란후라이 보면 이제 저도 딸기 생각날거같아요.
    15년..뭘해도 애 몫챙기고 먼저 챙기는게 몸에 베였는데 그 습관이
    몸에서 벗어나기까지는 몇년이 걸릴까요.ㅠㅠ

    Reply
    1. Ana Post author

      어색해요. 딸기 먹이려고 샀다가 한 개도 채 못 먹인 유기농 고구마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요. 그래도 또 그걸 쪄서 먹는,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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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람

    공감공감~~
    보내고 나서의 깨달음은 조금씩 다르긴해도 비슷한 구석이있어요..
    저도 지워진다거나 잊혀진다거나 이겨낸다거나 그런게 아닌,
    그저 남은 삶은 계속되어가는거고 버텨가는거고 견뎌가는거구나 했거든요..
    가슴에 생긴 구멍은 아마 제가 하늘에 갈 때까지도 남아는 있을거에요.
    전 외출했다 귀가할때 어울어울 호통소리와 야단법석이 없어진게 그렇게나 어색했더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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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맞아요. 저도 구멍.. 끝까지 갖고 살 듯.
      전 집에 오면 딸기 보금자리 있던 자리가 휑 비어있는 게 참 한참 적응 안 되데요.. 그리고 나가서 일 보다가 빨리 가서 딸기 챙겨야 하는데 하고 서두르지 않게 된 게 정말 아직도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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