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이야기

그 동안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지만.. 요즘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주로 싸가면서 느낀 건데 이 나라 빵은 정말 맛이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봉투에서 꺼내 하루 내내 놔둔 빵 맛 같다고나 할까.. 한국빵의 쫄깃하달까 촉촉하달까 그런 감촉을 느낄 수가 없다. 여러가지 식빵을 사보면서 비교해봤지만 거의 대동소이했고, 한국빵집에서 사먹은 식빵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빵맛을 볼 수가 있었다. 가격이 거의 두배정도 되는지라 한국식빵을 계속 사먹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우연히 중국인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는 리치몬드(백인들 보기가 어려운 동네다..)의 마트 빵집에서 산 빵이 그런 촉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엊그제 우리 동네의 대형 중국마트 빵집에서 또 빵을 사왔다. 보기에는 한국의 아파트 상가에나 있을 법한 동네빵집 스타일의 빵이지만 이 나라 빵보다는 훨씬 맛있다. 게다가 이 나라 식빵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때 내로라하는 빵순이였지만 여기 와서는 빵먹기의 즐거움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새로운 즐거움이 생긴 셈이다. (음.. 살이 붙고 있는 마당에 잘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

그런데 생각해보면, 빵 뿐 아니라 이 나라 과자도 그렇게 맛이 없다. 다는 아니지만 여기 사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한국 슈퍼에서 과자를 사 먹는데, 나는 처음에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과자 쪼가리까지 한국 걸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가서였다. 그런데 이 나라 과자를 몇번 먹다가 얼마전 일본 과자를 사먹은 다음에는 이 나라 과자가 더 이상 땡기지가 않는다. 일단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감자칩이나 썬칩 종류의 짠 과자들이랑 오레오처럼 너무너무 단 쿠키들) 그 맛이 우리 입에 잘 맞지가 않는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종류를 만들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게 우리나라 과자들에 비하면 정말 상대가 안 된다.

사실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게 틀릴지도 모르겠다. 그저 취향이 다를 뿐인지도 말이다. 이 곳 마트에는 각종 중국/인도/일본 식재료나 국수 종류를 모두 팔고 있는데 빵이 그 자리에 못 들어오는 건 이 나라 사람들이 몰라서 안 먹는다기보다 그런 촉촉한 식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개 옷을 팔아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아무리 외국사람이지만 느끼는 것은 똑같구나 생각이 들다가도 정말 너무 다르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있다. 아무래도 한국사람인지라 깍두기를 담가 밥을 먹지만 무가 없는 상황에 가서도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여유로워져야겠지 싶다.


보영 (2003-09-30 18:22:12)
아주 촉촉하고 쫄깃거리는 빵을 오물 거리며 아무생각없이 딸기네집에 왔다가 이 글을 읽음… ㅋㅋㅋ

Ana (2003-10-13 12:24:35)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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