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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기념관과 재즈클럽 – 2월 5일

순두부 찌개를 끓이려고 냉동고에 두었던 돼지고기를 썰다가 손바닥이 쓸렸다. 헨켈 칼인데 무슨 칼등이 저렇게 날카로워. 그래도 양파, 계란까지 잔뜩 넣은 순두부로 에너지 확보. 하지만 미열이 있는 듯해서 잠시 쉬었다가 나간다. 

알고보니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집에서 바로 보일 정도로 가깝다. 그래서 걷기로 했는데, 역시 큰 건물이라서 보였던 것일 뿐,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911 기념관은 월요일 5시 반 부터 무료인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5시도 안 되었네. 주변에서 쭈뻣이고 있었더니 행렬관리하는 사람이 지금부터 들어가도 된다고 알려준다.

기념관 규모는 생각보다 무척 컸다. 기존 쌍둥이 빌딩 부지를 다 커버하는 공간이었다. 일단 지하 로비는 사건 개요와 당시 남은 흔적들 – 계단. 보강 빔 등이 있고, 북쪽 타워 잔해 기념관에는 자세한 시간대 상황과 피해들(촬영 금지), 중간 건물에는 피해자 안치소, 남쪽 타워 잔해 기념관에는 피해자 추모공간, 영화 상영관 등이 있다. 천천히 보려면 4시간도 모자를듯. 하지만 6시 반쯤부터 폐관준비를 하더라.

천천히 나와서 오큘러스 역에서 전철을 타고 크리스토퍼 / 뉴욕대 역으로 다시. Smalls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7시 반부터 공연이니 7시에 입장시킨다고 한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추운데 20분 정도 기다리고 있자니 사람이 너무 없다. 이래도 장사가 될라나? 한국인 드러머가 맴버 중에 있어서 줄리어드 학생인가… 왜 친구들 안 데리고 왔지… 여긴 밴드 멤버들한테 표팔이 안 시키나…싶었는데, 알고보니 무척 유명한 사람이었다.  JK Kim. 드럼을 쥑이게 친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팁을 찾아 본 아내는 맨 앞 열 좌측 두번째 좌석이 최고라는 정보를 받아왔다. 실제로 모든 악기 연주를 다 볼 수 있는 자리이긴 했다. 좌석을 예약하면 커버 차지(관람료)가 사람당 35불이고 음료를 (사람당, 공연당) 한 잔씩 주문해야 한다.

공연시작이 다 되어가자 결국 공연장은 가득 차고 저 귀퉁이까지 사람들이 와서 앉았다. 별 쓸모없는 걱정을 다 한 셈이다. 그나저나 이 빽빽한 공간 사이로 음료를 나르는 서버들의 퍼포먼스가 묘기대행진일세.

재즈 공연은 종종 맴버간에 솔로 때문에 삐걱거리는 걸 보게 되는데, 리더인 테너 색소폰의 사인을 안 보고 피아노가 솔로를 이어나가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모두 수준급 연주. 그리고 리더인 테너 색소폰이 젊은 한국인 드러머를 무척 애정하고 칭송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 와서는 약기운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속이 쓰려서 빵과 칩을 정신없이 먹었네.

그러면서, 오늘의 드러머 김종국씨가 나오는 유튜브를 봤는데, 뉴욕에서 연주자로 사는 데 가장 힘든 것은 이라는 질문에 의외로 지하철이라는 답이 나왔다. 뉴욕 지하철은 연착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연에 늦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결국은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가 되어도 뉴욕에서 지하철 타고 공연시간 맞추려 아둥바둥한다는 뜻인데, 도무지 뉴욕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당기는 걸까? 나름 저 정도 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강단에 서도 다들 반겨주지 않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