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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 2월 5일

어제 마셨던 쓰디 쓴 커피들 때문인지 늦게까지 잠에 못 들었다. 2시가 되어서 잤는데, 오늘 911 기념 전시관 무료 방문 예약 때문에 6시 50분 알람을 맞추고 잤다. 그동안 주립공원 캠핑 예약 경력으로 쉽게 예약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7시 되자 마자 사이트 다운. 젠장, 뉴욕도 똑같구나.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기술은 안 늘어도 인내심은 늘은 상태. 꾸준히 시도를 하다보니 7시 40분쯤 예약 성공. 

오늘 아침에는 부르클린에 있는 트레이더 조에 가서 식자재를 사기로 한다. 9시쯤 나섰다. 아내의 예상으로는 열차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널 줄 알았는데, R호선은 강 지하로 운행하더만. 뉴욕, 맨해튼 시내에도 트레이더 조는 많지만, 남편의 몸 컨디션을 특별히 (!) 걱정해서 가장 덜 걷는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곳을 골라왔다고 한다. 

부르클린 Atlantic Ave – Barclay center 역 주변으로는 다양한 상가들이 있었는데, 하지만 역 자체는 공사하는 곳도 많고 안내판도 엉망이라 사람들이 출구를 못 찾아 해메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몰 1층에는 식당가가 있었지만 영업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트레이더 조 가격은 무척 좋았다. 돼지고기 찌개거리와 김치와 만두들을 냉큼 집어 들었다. 컨디션 때문에 술은 스킵했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와 떡만두국에 깍두기, 김치를 만족스럽게 먹을 수는 있었다. 

오늘은 저녁에 911 기념관 관람과 재즈 클럽 관람 일정이 있으니 낮에는 집에서 쉴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모처럼 각오하고 여행 왔으니 본전 뽑겠다는 심정으로 나선다. 베슬과 하이라인을 걸으러. 

뉴욕의 지하철 역은 타일로 예쁘게 꾸며놨다. 1800년대부터 있었던 장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새로 지은 역들도 그대로 타일 장식 전통을 이어나가는 듯 했다. 특히 34가 허드슨 야드 역은 입구 천장을 멋진 타일아트로 꾸며놔서 무슨 갤러리 입구를 보는 것 같았다. 

베슬은 2019년 완공된 이후로 극단적인 찬반이 있었지만 그래도 맨해튼 서부, 허드슨 야드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는데, 자살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진입을 금지 시켜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크레인을 사용해서 그물망 설치공사를 하고 있었으니 언제 다시 개방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겨울에 걷는 하이라인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았다. 산책로 주변으로 고층건물들이 늘어져 있는 것은 싱기. 여기 사람들은 왠지 모르지만 커튼을 잘 안 쳐. 17가를 지날 때 쯤 쉬어가는 공간 – observatory deck이 있는데, 10가 상공에서 주변 건물과 교통량을 관람할 수 있게 해두었던 것도 좋았다. 

유명하던 첼시마켓은 그냥 쇼핑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예쁜 문구류도 있고, 다양한 음식도 있지만, 그냥 몰 같은 분위기. 하지만 원래 ‘오레오’를 만든 ‘나비스코’의 공장 건물이었던 것처럼, 벽돌건물 자체와 구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예전 기록들을 남겨둔 유물도 좋았고, 화장실 세면대도 무척 고풍스러웠다. 큼지막한 것이.

휘트니 미술관은 매월 2째 일요일에 무료 관람이 가능한데, 아침에  아내가 무료 입장 예약에 성공했기에 건물만 보고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대신 그 옆에 허드슨강 강가에 만든 리틀 아일랜드 위를 좀 걸었다. 이젠 이렇게 예쁜 산책로도 벌써 거기가 거기 같구나. 

길을 걷는데 누가 껑충 앞으로 와서 J시작하는 민주 국가 3개를 말하라고 물어본다. 어버버어버버 하다가 I’m OK하며 지나친다. 영어권 사회에서 20년 넘게 살아도 저렇게 준비 안 된 상태에 일이 생기면 영어가 안 나온다. 괜히 아쉬워서 국가 이름들을 계속 생각한다. 근데 Japan을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나? 

그리니치 빌리지를 가로 질러, 저녁에 구경갈 재즈클럽 위치를 미리 파악해둔다. 이제 밤 눈이 어두워서 밤에는 해메는 경우가 많아서리… 근데 생각보다 작다. 닉값한다.

재즈클럽 근처에 파트너스 커피가 있었다. 그나마 나을 거라고 생각해 들어가 과일향 나는 원두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가장 비싼 이디오피아 원두를 추천받는다. 갈아달라고 해서 팁 포함 $30 미달러.

크리스토퍼 스트릿 – 뉴욕대 역에서 전철 타고 일단 숙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