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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2002 ~ 2007

수퍼맨 2 – 리처드 도너 컷

(이 글은 내용누설을 담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민학교 4학년 때 극장에서 본 수퍼맨2의 감독은 리처드 도너가 아니었습니다. 스타워즈나 로보캅과 같은 많은 SF 시리즈물이 그랬듯이, 수퍼맨 역시 1편의 감독이 전체 시리즈 물의 제작방향을 결정했고, 2편 이후의 작품들은 젊은 재능있는 감독들에게 맡기었던 것이었죠. 좌우간, 1편의 첫장면에서 말론 브란도가 있던 클립톤 행성에서 추방된 죄수들이, 2편에서 최강의 적으로 등장하는 것부터 1편과 2편은 서로 연계되어 기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프로세스 특수촬영의 새로운 지평을 연 1편으로 스튜디오에 떼돈을 벌어다줬던 감독 조차도, 자신의 주장을 시나리오에 담아내기는 어려웠던 모양인지, 리처드 도너의 (원래의 기획의도를 반영해서 편집했다는) 이번 버전은 기존 작품과 몇몇 부분이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상업영화의 각각 버전의 우열을 가리기가 참 힘들다고 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수퍼맨을 포기했던 클라크가 어떻게 다시 수퍼맨이 될 수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물론 적을 때려 부수는 액션물에서.. 그것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서 그렇게 개연성이라는 것이 중요한가는 별도의 문제겠지만, 2편의 가장 굵었던 내용 줄기 중 하나가 ‘사랑을 위해 초능력을 영구적으로 포기한 수퍼맨의 인간적인 고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다시 초능력을 얻게 되었는지는 국민학교 4학년 이후로 제게 줄곧 궁금점으로 남아있었답니다.

또한 이 부분에서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신의 아들’ 이라는 신약성서에서 익숙한 소재를 부각시키는데, 리처드 도너는 전세계에서 최고로 유명한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가, 흥행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믿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최근의 수퍼맨 리턴즈에서 또 다시 사용되고 있더군요. 너무 노골적이라서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었지만.. 신으로서의 수퍼맨과 인간으로서의 렉스 루터의 대결은 차기작에도 또 적용되리라 생각됩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1편과의 연계성입니다. 종전의 2편에 초반부에 나오던 에펠탑 시퀀스는 아예 통째로 사라지고, 조드 장군 일행이 자유를 얻는 계기가 1편 마지막에서 수퍼맨이 우주로 던져 버리는 핵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는 설정이 사용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아버지(말론 브란도)가 구속시켰던 죄수들을 아들이 풀어주게 되는 셈이네요. 설정 자체는 어쩐지 더 근사해 보이긴 하지만… 영화 초반 15분 동안, 한 번 봤던 영화를 또 봐야 하는 셈이니… 흥행을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걱정거리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리고, 로이스의 기억을 없애버리는 장치로서 종전의 작품에서는 키스 한 방으로 가볍게 해결하지만, 리처드 도너의 원래 의도는 지구 역사를 (1편 마지막의 예의 그 방법으로) 아예 조드 장군 일행이 도착하기 전으로 돌려버리는 것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편에서 워낙에 충격적인 설정으로 사용되긴 했지만, 같은 장치를 막상 두번 본다고 생각 해보니 김이 빠지더군요..

상업영화 감독을 하는 친구 중에 (한국에서 제법 잘 나가는 영화사에서) 영화를 2년 전에 다 찍어놓고도 아직까지 (극장에 못 걸고) 재편집만 계속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물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영화사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구상하고 시나리오부터 써서 고생하면서 찍은 작품에 대한 편집권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리처드 도너 정도 되는 감독이 되고 나서야 (20년이 지난 다음에) 스크린 테스트샷 재편집해서 DVD를 만들어낼 수가 있으니..

뱀꼬리 –

조드 장군 일행과 맞서 싸우기 위해 수퍼맨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여태까지 정말 멋진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도시의 밤거리에서, 엄숙한 시그널이 깔리면서 느닷없이 돌풍이 불더니 여기 저기 키오스크에 쌓여있던 (지구의 위기를 헤드라인으로 싣고 있던) 신문들이 남김없이 날라가는 장면인데, 실제 수퍼맨의 등장 없이 메인 시그널만 흐르면서 시작된다고 기억해왔습니다. (영화음악 사용의 모범 사례로 써클 영화학교에서 후배들 대상으로 강의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TT) 하지만, 이후 영화를 다시 보니, 이건 왠걸… 오리지널 작품에도, 리처드 도너 편집판에도 예의 그 시그널 뮤직은 사용된 적이 없었더군요. 기억이 종종 조작되는 것은 경험했지만, 20년 넘도록 조작된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니…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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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 (2007-03-03 01:34:38)
나에겐 왜 수퍼맨이 어린시절에도 hero로 기억되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암튼, 그렇게 수퍼맨이 의미있는 영화였는지 몰랐다네 –; 최근작 수퍼맨 리턴즈를 보기위해서는 전작들을 먼저 봐야 하는 건가? ^^;

MADDOG Jr. (2007-03-10 16:18:00)
꼭 그럴 필요는 없을 듯.. 하지만 2편을 보려면 1편을 꼭 봐야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