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이사를 준비하면서 싸놓았던 짐을 며칠 전이 되어서야 조금씩 풀고 있다. 그 중에는 대학시절부터 모았던 LP 음반들이 있어서 모처럼 앰프와 턴테이블을 새로 세팅하고는 얼마 전부터 듣고 있는데… 아.. 이건 정말 새로운 발견이더군.
이민오기 전 해, 순돌이 아빠가 되는 것을 꿈꾸며 종로에 있는 전자수리학원을 잠시 다닌 적이 있었다. 학원 원장 영감님은 이해찬 교육부장관을 증오하는 보수성은 차치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가끔은 제법 멋진 말도 할 줄 알았다. 하루는 요즘 학생들 이어폰 꼽고 음악들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고 불평을 해서, 그냥 음악은 음악대로 귀로 흘려 듣고, 그렇게 공부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고 내가 말하자 영감님 하는 말이..”그러니까.. 그렇게해서 음악에 제대로 집중해서 감상 할 수 있겠어요?”.. 아..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이 양반의 논점은 음악 감상에 있었구나.
그도 그럴 듯이, 어린 시절 찬바람 맞아가면서 청계천을 뒤져 찾은 빽판을.. 알바해서 월급 탄 돈을.. 친구들한테 치사하다는 말을 들어 가면서 술값 안내고 아낀 돈으로 지른 라이센스, 원판들을… 곱게 앨범 자켓에서 꺼내 먼지를 닦아내어 턴테이블에 걸어둔 후 속지를 읽어가면서 첫 트랙을 기다리는 심정을… 그 동안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음악에 대한 고마움은 MP3 플레이리스트를 아무리 계속 틀어대 봐야 얻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들국화 1집을 다시 들으면서.. LP를 듣는 것은 마치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는 (난방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도끼질로 장작을 패고, 쌀쌀한 밤공기와 자욱한 연기와 싸워가면서 모닥불을 붙히고 나면, 아.. 따뜻한 건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느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