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역시나 호불호가 여실히 갈리는 영화.
전혀 기대없이 본 아내는 의외로 재밌다고 하는데.. 난 좀 지루했던 느낌. 아무래도 호불호의 이유는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였는가 싶다.
일단 시각적인 경험 만을 놓고 봤을 때는 정말 만족스러운 수준. 특히 (전작 <금자씨>에서도 느꼈었던 점이었는데) 우리에게 일상적인 공간 장치를 이용해서 사람 심리를 조며오는 연출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80년대 초 한국 양옥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좁은 복도와 꽉 막힌 화장실, 어처구니 없이 크기만 한 검은 (자개) 장롱 등등이 상당히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반면, 그런 비주얼을 순수하게 즐기기엔 여전히 내러티브가 불친절한데..
가장 이해가 안가는 건.. 이 웃기는 치정극에서 주인공 둘이 흡혈귀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차라리 배고파 빵 하나 훔치려다가 인생이 꼬여 연쇄 살인범으로 풀린 사람들의 불륜이라고 해도 별 차이점이 없을 듯. 그러다 보니 화면이 피칠갑을 하고 주인공들이 붕붕 날라다니는게 가장 지루했던 장면이었던 듯.
게다가, 상현이 흡혈귀가 된 후부터 강우 집안이 아사리판이 되는 동안이 앞뒤가 안맞고, 말하자면 코미디로 흘러가는데, 왜 영화 초반 굳이 상현이 흡혈귀가 된 과정을 구구절절 읊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흡혈귀가 된 후부터 상현이 저지른 죄악이, 따지고 보면 선의로 남을 도우려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부조리함을 강조하려고 한 거 같은데… 그게 그렇게 기구한 운명으로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아니잖아 기본적으로,,,
그러다 보니 태주와의 베드신도 좀 흡혈귀들의 사랑으로 보기엔 신사적이었다고나 할까? 얌전하다고 할까?? 지루했다.
결정적으로.. 엔딩크레딧이 한국말로만 올라가다니.. 도대체 북미 시장에서 한국어를 모르는 관객들은 누가 영화 분장이나 조명에 참여했는지 확인하지도 말라는 건가? 제작사의 무성의가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북미 배급사를 통해 걸린 한국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니.. 감개무량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정말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