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3
20년 가까이 시트콤을 만들어온 스텐레스김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한다. 역시 전매특허처럼 사업가 케릭터와 의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번엔 부도 맞은 사업가와 보건소에서 일하면서 MSF에 관심이 있는 의사로 전락(?)한다. 그러면서도 빚쟁이에 쫒겨 집에서”이게 다 폐경 탓이다”라는 악플만 달고 있는 가장, 조기폐경이 시작된 주부, 운동만 하다가 낙제한 고3학생,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는 교사, 일자리를 못찾고 있는 휴학생, 고시 준비생 등등.., 우리 사회를 실제로 이끌어 가면서도 사회에서 소외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번 부제는 (롱다리들만 짱 먹는 사회를 향한) “숏다리의 역습”
스크림 2편에서도 말했듯이, 속편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패러독스에 갇힌다. 예전의 명성에 기대어 익숙한 관습과 아이콘 만으로 버무린다면 사람들은 쉽게 질리게 될 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90년대 이후 장르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장르를 혼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뭔가 참신해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하려면 절대로 익숙함을 포기할 순 없다. (제목과 등장인물을 빼고) 완전히 새롭게 바꾸게 되면 만드는 사람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관객들은 왠지 사기 당한 느낌을 받는다. 에일리언 3편과 4편이 그렇게 비쳥과 흥행이 엇갈렸다. Uncharted 역시 2편의 대성공 이후 2편의 그림자를 떨궈내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닥 성공적이지 못했다. <인디아나 존스> 프랜차이즈를 만들 당시 스필버그가 왜 뜬금없이 2편을 프리퀼로 만들었는지를 연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 하더라도..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가수다
당연히 2011년 방송의 키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나가수>는 여러 가지 의미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주말 황금시간대에 기라성과 같은 대형 가수들의 최고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도 남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소라“라는 가수가 보여주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우연히 팟캐스트를 뒤적이다가 다운 받아서 듣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허구헌날 김광석과 들국화, 산울림만 듣다가 요즘 나오는 “신곡” 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0cm와 옥상달빛이 출연했던 <Winner takes it all>, 캣우먼 임경선의 <헉소리 상담> 덕택에 출퇴근과 점심시간이 즐거웠고, <일요야설무대>와 <지금 사러 갑니다> 덕분에 새로운 아티스트의 등장에 설레게 되었다. 너무 늦게 알게 되어 너무 짧은 만남이었지만, 요즘은 옛날 방송분을 뒤져 듣고 있는 중.
10cm, 옥상달빛
2009년 장기하가 고민하는 루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2011년 “10cm”는 아무 고민 없이 명랑하게 살고 싶은 날라리 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야한 창법의 달인 권정렬과 (본인의 앨범에서 보다) <라디오 천국> Winner takes it all에서 뛰어난 편곡과 연주 실력을 보여준 윤철종(특히 Beat it을 들어보면)의 실력은 오버그라운드에서도 특출난 진짜배기였다. 또한 현시대 청춘들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하는 “옥상달빛”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가수들이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와 <수고했어 오늘도>는 정말이지 힘들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노래.
슈스케 3
여러가지 면에서 “울랄라세션”의 스토리는 배관기 수리공이었던 “허각” 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30세가 훌쩍 넘어서 주변의 핀잔을 받아가면서 계속 작은 무대 활동을 계속 해왔다는 것이 그렇고, 맴버들의 인간성, 임윤택의 말기암, 또 다른 맴버 “군조”가 블로그에서 밝힌 출연 사연 등이 그랬지만, 무엇보다 “울랄라세션”의 가창력이나 춤, 무대 설계 능력이 그 어느 출연진에 비해 월등했다는 점이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아내와 나는 보는 내내 임윤택이 생방송 무대에서 쓰러져 죽게 되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여야 했고, 차라리 이 모든게 대국민 사기극이었으면 좋겠다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암튼 “울랄라 세션” 덕분에 매주 금요일이 즐거웠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가혹할지라도, 아무리 세상 사람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될지라도,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살아가는 힘을 준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먹거리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갓파쿠와의 여름방학
세상이 힘들다 힘들다 하더라도, 결국 이렇게 힘든 세상을 만든 건 우리 인간들 아니었나? 무언가를 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속여가면서 돈을 벌고, 또 그 돈으로 물건을 사고 하는 것들을 문명과 문물이라고 칭한다면 에도시대에서 온 갓파쿠에게 할 말이 없다.
나는 꼼수다
진중권 의사께서는<나꼼수>에 대해 “너절리즘”이라고 촌철살인의 표현을 해주었지만, 사실 그건 <나꼼수>에게는 상찬이 될 것이다. 김어준 총수야 말로 <딴지일보>를 창간할 때부터 “<선데이서울>의 황색 저널리즘의 전통을 이어받는 찌라시가 되겠다”라고 당당히 선초한 사람 아닌가? 나꼼수에는 그야 말로 모든 종류의 저질 뒷담화와 신변잡기 추적 등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정보만 풍성하지만, (시청료 받는 공영방송도 딱히 나은 것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그걸 폄하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명예를 위한 싸움에는 체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기려고 하는 싸움엔 이런 더러운 수법도 필요한 법이다. 오히려 몇몇 책상물림 좌파 학자들의 결벽증이야 말로 자신들의 체면만 중요시 하는 건 아닌지. 그 보다 문제는.. <나꼼수>가 적의 적인 건 분명한데, 우리 편도 아닌 것 같다는 점. 뭐.. 벌써부터 대동단결 운운 하는 거 보니 더 아닌 거 같아
진격의 거인
불분명한 시대배경. 아무 이유도 없이 거인들에게 습격당해 가족, 친구들이 잡아 먹히는 상황에서, 인간들은 적극적인 반격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신인작가의 첫작품이라고 보기엔 스토리와 연출이 상당히 탄탄하고, 다크 판타지 장르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한다. 원래 일본 에서 만화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면 절대 기대가 안되지만, 이번 만큼은 감독이 “나카시마 테츠야”라서 다행.
라스트이닝
일본 출판계에 있는 만화가라면 아무래도 한번쯤은 야구 만화를 그렸거나 적어도 제안은 받아봤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고교 야구 감독 입장에서 그려나간 만화는 처음인 것 같다. 오밀조밀하게 한 점씩 내는 일본식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읽을 듯. 작가인 “나카하라 유우”는 전작 <스타트>에서는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능숙하게 끌고 나갔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냉정하게 처리한다.
봉천동 귀신, 옥수역 귀신
강풀, 이말년, 하일권 등 1세대 웹툰작가 들이 종 스크롤 연출에 한 획을 그으면서 웹툰의 정체성을 성립했다면, <봉천동 귀신>과 <옥수역 귀신>의 호랑 작가는 동화상을 이용한 연출로 디지털 만화로서의 외연을 넓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편화 된 지금 만화가 어디로 얼마까지 진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파수꾼
뛰어난 재능의 신인 연출.. 그 보다 더 뛰어난 신인 연기자들. “서준영”은 지난번 영화 <회오리 바람>에서 이미 눈여겨 보아두었는데, “이제훈”이라는 연기자는 정말,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왔는지 싶다. <고지전>에서는 그의 매력을 10%도 볼 수 없다. “조인성”의 섹시함과 “박해일”의 순수함을 동시에 감상하려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그 외에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Tangled>,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블랙스완>, <True Grit>, <우주형제>, <간츠>, <킹덤>,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 등으로 한 해가 즐거웠습니다.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인문서적을 하나도 안 읽었구나.
그나저나 내년의 <다크나이트 라이징>, <호빗>, <프로메테우스>를 어떻게 기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