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July 2006

간만에 글이지만.. 일단 영화 얘기부터..

달콤살벌한 연인

아마도 <뉴욕스토리>의 감독들이 한국에서 생활했다면 찍었을 것 같은 영화. 데뷔감독 답게 시대에 대해 주절주절 하고 싶은 얘길 직설적으로 늘어놓지만 (영악하게도 우디알렌을 차용해서) 전혀 거부감이 없도록 만들고, 섬뜩한 살인의 순간에도 피식 웃음이 터지는 것은 마틴 스콜세지를 연상하게 하는 등, 시종일관 장르의 관습에 대해 조롱하면서 여러 장르를 정신없이 섞어댄다. 2006년 상반기 단연 최고의 한국영화

도마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인과 그 여인을 20년 가까이 사랑해온 남자” 만일 이 영화를 이런 식으로 홍보를 했으면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아을 것이다. 그만큼 이 설정은 구태의연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참신하게 만들어낸 것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비밀’스러운 여성 캐릭터였고, 강혜정이 바로 캐릭터와 동일하다 할만큼 잘 해주었다. 문득문득 새로운 등장인물이 너무도 천연덕 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좀 불친절하게 느껴졌지만, 아주 이해를 힘들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영화 전반적으로 지배했던 노란색이, AIDS와 교통사고, 외계로의 납치… 등등 어려운 소재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연애의 정석

상큼하고 재미있는..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한국 영화의 로맨틱코미디가 이 정도로만 계속 만들어져 준다면, 이제 맥라이언이 나오고 노라 애프론이 만드는 죄다 엇비슷한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성공이 연출의 힘인지 작가의 힘인지 궁금했었는데, 이 영화와 최근 TV 시트콤<소울메이트>를 보면 둘의 역할 분담이 어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손예진은 엉망으로 망가지는 것을 감내하면서 최고의 코믹연기를 보여주는데, 이후 드라마<연애시대>에서의 호연이 단지 한지승 감독이 힘만이 아님을 증명한다. 영화 막간에서 언뜻언뜻 신정구 작가가 작품을 블랙코미디 수준으로 끌어올려보고 싶어하는 욕심이 보였지만, <달콤살벌한 연인>을 따라가기엔 아직 공부가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재밌는 영화!!!

음란서생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제작에 참여해서 보기는 했으나.. 도대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감독의 이전에 썼던 <스캔들 : 조선 남녀 상열지사> 역시 뭔 얘기인지 몰랐다. 베스트극장에나 나올 뻡한 사랑과 욕망이야기를 굳이 비싼 돈 들여서 복식 맞춰 가며 사극으로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조선 시대에도 애로작가가 있었을 거라는 상상력은 재미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저나 한석규는 도대체 어쩔려고 저러는지..

왕의 남자

천만관객이 넘게 들었다는 기록적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했지만, 그래도 (<음란서생>과는 반대로) 왜 이 영화 시대가 조선이었어야 하는지, 왜 연산군이었어야 하느지 왜 때로는 영화를 사극으로 만들어야 하는게 필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범사례. 복식과 건축 등을 옛날 스타일로 돌리는 것이 단지 마케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처절함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힘을 가지게 된다. 감우성과 정진영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신인 이준기는 (예전에 장국영이 그랬듯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였다.

태풍

뭐 기대도 안했지만… 도대체 개연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극장판 <배달의 기수>. 그나마 장동건의 악귀같은 눈빛 연기가 2시간을 견디게 해준 단 하나의 미덕이다. 불우한 과거에 대한 복수로 한반도를 상대로 핵도발을 하려는 해적 두목이라는 설정은, 왜소한 체격을 조롱당해 그 복수로 지구 정복을 단행하려는 <로보트 태권 V>의 카프 박사 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아… 불명예 전사를 무릅쓰고 장렬하게 해적선을 향해 출격하는 해군장교들의 모습은 외계인을 향해 출격하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조종사들 씬 만큼이나 짜증이난다. 그런데,, <인딘펜던스 데이>라는 영화가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네..

야수, 홀리데이

흐음… 어디 뭐 어정쩡한 부분도 없고, 전반적으로 액션도 괜찮고.. 연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 배우들 연기도 그럭저럭…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뭔가가 빠졌다. 만일 5년전에만 만들어졌어도 틀림없이 당시 최고로 흥행을 했을테지만.. 지금 이 시대는 남성호르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점철된 연출만으로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홀리데이>에서는 왜 최민수를 캐스팅했을까? 단 한사람이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썰렁해질 수가 있다니..

X-men3 최후의 전쟁,미션 임파서블 3

전편들의 강력한 후원을 입고 다시 태어난 후속편이지만, 전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치 80년대 초에 TV를 점령했던 미국산 TV시리즈들.. 그중에서도 초인이 등장하는 TV시리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도 똑같고.. 하는 짓도 똑같고, 다른 거라고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필살기를 쓸 수 밖에 없는 동기만이 매회 다르 듯이… 나중에야 알았지만, X-men의 경우 감독이 브라이언 싱어가 아니더구만.. 어쩐지..

다빈치 코드

처음 30분간은 지겨워 참을 수가 없는 영화. 2번이나 보려고 시도하다 중간에 잠이 들어버리고 세번째되서야 (갠덜프 할아버지가 성배에 대해 얘길 늘어놓자) 비로소 끝까지 보게되었다. 역시 원작이 갖는 힘이 큰 영화인데.. (소설을 안 읽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렇게 밖에 못만든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만 같았다. 장 르노, 톰 크루즈, 오드리 토투 등 전 세계의 내놓으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연기경쟁을 하지만, 결과는 영국 노인네 이안 맥캘런(갠덜프 할배)의 압승이다. 혹자는 원작자 댄 브라운의 이전 작품이나 최신 작품이나 죄다 다빈치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거야 그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평생 걸려 준비한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 아닐까? 오히려 십여년을 걸쳐 준비한 소설 <개미>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 1년 만에 <타나토느트>를 뚝딱 내놓은 베르베르보다 훨씬 나은게 아닐지.. 아무튼 원작자의 용기에 박수. 그리고 <아폴로 13>, <랜섬>, <뷰티풀 마인드>, <분노의 역류>를 만든 감독의 졸작에 실망..

그 외에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광식이 동생 광태>, <나의 결혼 원정기>등… 본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작년과 올해 한국 영화의 수준은 아마도 최고의 전성기가 아닐지 싶다.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동시대에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나라는 현 시점에서 한국 외에는 없을 듯하다. 예전에 기획사 중심의 영화 시장 증폭 시에는 만들어진 영화 대부분이 (말 잘 듣는)데뷔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기획사들에 의해 철저히 품질관리 되어, 누가 강제로 만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똑같은 영화들이 한 시즌에 주루룩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난 한국 영화의 성장이 놀랍다. 떄문에 단지 미국영화 쿼터에 대해서만 논의 할 것이 아니라, 프린트 벌수 제한, 요금 차등 등 여러가지를 같이 주장해야지 이러한 한국영화 만의 힘을 지켜낼 수 있다. 이명세, 박찬욱, 홍상수, 허진호 등이 갈고 닦은 한국 영화 새로운 물결에, 요즘 신인들은 뚝심 좋게도 자기 영화를 초반부터 뜨윽하니 내놓는다. 아…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영화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가면 받아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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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영 (2006-07-26 06:36:12)
간만에 글이지만.. 일단 영화 얘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