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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1998 ~ 2006)

아다치 미츠루 작품 특유의 여운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의 강점이 바로 단편에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러프> 마지막의 카세트 테이프 설정이라든지, <스프링콜>의 전화벨소리라든지, <슬로우 스텝>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장치는 잘 쓰여진 단편소설의 그것처럼 마음에 깊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이런 가슴 시림이 200% 잘 살아났었던 작품이 바로 <쇼트 프로그램>과 최근의 <모험소년>과 같은 단편집에서가 아니었나 싶다.

 

아다치 작품의 대부분은 <과거> 기억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 죽은 쌍동이 형에 대한 기억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터치>는 말할 것도 없고, 가문의 원수이자 어릴 적 소꿉친구이기도 한 관계를 그린 <러프>, 최고 히트작인 <H2> 역시 어릴적 소꿉친구와의 추억이 큰 갈등요소가 되며, 최근작 <크로스 게임>에서도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주인공을 성장시키거나 현실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언뜻 듣기에는 왠지 <본격 과학 탐험 소년 만화>일 것만 같은 제목의 최신 단편집도 그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에피소드의 모든 주인공들은 저마다 지울 수 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거나 포용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맞게 된다.

 

무엇보다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점은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대폭 올라갔다는 점. 소년 야구 만화들에서 조차 성인취향의 pathos를 즐겨넣던 작가가, 이번에는 아예 작심을 하고 남성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과거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고 그 어릴 적 따스했던 기억들을 팍팍한 30 ~ 40대의 현실과 적절히 충돌시켜서 여운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첫사랑의 기억, 싸움에서 비겁하게 도망쳤던 기억, 아버지와 아들 등.. 철저하게 남성 성인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여성 성인들도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모처럼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구절 한 구절 들을 꼼꼼히 뜯어보게 되었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