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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s Lake 캠핑 여행

따지고 보면 캠핑이란 여흥이나 레저로 보기엔 무척이나 체력소모가 심한 편이다. 일단 짐을 싸고 옮기는 것부터가 제법 되는데다가, 여러 개의 말뚝을 땅에 박으면서 텐트를 치는 일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모닥불을 때기 위해 장작을 패는 것은 또 어떠한가. 결정적으로 한데서 노숙을 하는 것 자체가 장난이 아니고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덧붙혀 다음 날 일어나 침낭을 개는 일조차 엄지 손가락 근육과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긴요하게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는 캠핑용품을 스포츠용품으로 분류해서 진열하고 있다.
캐나다에 와서 몇 차례 캠핑을 갔다가 지난 5년간 자제를 했던 이유가 그런 데 있다. 일단 몸이 너무 피곤했고, 추운 바닥에 바람 빠진 에어베드 놓고 웅크리고 자고 일어나면 몸이 피곤하다 못해 아팠다. 게다가 대부분의 캠핑 일과들이 근력을 요구하는 거라서 어떻게 아내와 일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캠핑 사진 찍는 것도 소흘해지고 어쩐 일인지 몇 차례 간 캠핑기록도 블로그에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국 블로그들에서 캠핑 사진들을 보고 갑자기 불끈 캠핑을 가고 싶어진 게 올해 초. 그러고 보니 캠핑을 갈 때마다 딸기가 매우 좋아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 휴가는 캐네디언 록키에 가기로 했었는데, 아예 텐트 캠핑을 해볼 요량으로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달전 쯤 연습겸 겸사겸사 휴일에 맞춰서 근처로 캠핑을 갔는데, 집에서 2시간 내 거리에 있는 칠리왁 컬터스 호수 캠핑장이다.
일반적으로 BC주립공원 캠핑장에 가면 이렇게 넓은 공간 – 주차공간과 텐트 공간, 혹은 트레일러 공간 – 이 있고, 거기에 8인용 테이블과 Fire Fit (모닥불 피도록 만든 통)이 제공된다.

이번에 작정하고 마련한 6인용 대형 텐트. 추우면 이 안에 작은 텐트를 치고 잘 생각이었다

좌측에 보이는 작은 드럼통 반쪽이 모닥불을 피우는 Fire Fit

의자를 놓고 앉아 있기도 충분히 넓은 모기장이 있었다

딸기는 일찌감치 제 자리를 찾고

아내는 캠핑의자에 앉아 떡을 뜯었다

BC 주립공원 캠핑장 답게 주변엔 나무가 무성하게

좀 쉬고 나서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해가 지가 시작해서 호숫가에 앉아 감상에 젖어보기도 했지만…

사실은 불 필 시간만 기다렸다

언니가 마시는 포도주에 관심이 많은 딸기
피곤에 젖어 품에 파고 든다
드디어 불 피우기 시작!!
딸기는 그 동안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호일에 싸서 구운 고구마와 옥수수. 시간 조절을 잘 못해서 타버렸다
그렇게 밤은 지나 가고

텐트 위에 우거져 있는 나무 그늘

매트에 누워서 저렇게 하늘을 곧바로 볼 수가 있다
열심히 집을 철거 하는 동안

아내는 라면을 준비했다

캠핑을 정리한 후 나선 하이킹 (Teapot Hill Trail)

걷기 싫어 하는 딸기를 가슴에 싣고 

가마 타고 가니 좋단다

Seven Sisters 
캠핑장 옆에 있는 컬터스 호숫가 피크닉 공원
뭐 나름 새 텐트가 의외로 쓸모가 많다는 것도 발견했고, 동계용 침낭이 어느 정도 보온성도 보장해 주어 편하게 잠을 잤다 (이웃집에서 시끄럽게만 안했어도). 새벽에 텐트로 웃풍 들어오는 것만 어떻게 해결하면 록키에서도 잘 수 있을 듯. 그나저나 텐트 팩도 박고 나무도 패다 보니, 안쓰던 엄지손가락 근육이 다음 날 뭉쳐서 라면 먹을 때 젓가락질을 하기가 힘들더군. 캠핑용 음식으로는 포크로 먹을 수 있는 게 더 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