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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ology

짜장면의 원형

전문반점 前門飯店
Lucky Gate Chinese Restaurant
Contact : (778) 217-0024 Address : 1139 Austin Ave, Coquitlam, BC, V3K3P4

전문반점은 코퀴틀람 서쪽에 있는 Austin이라는 거리를 지나다 보면 한 구석에 숨겨져 있는 조그마한 중국식당입니다. 처음에 이 곳을 찾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죠. Austin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배가 고파졌는데, 뭐 어디 갈만한 식당이 없었던 겁니다. 초밥집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너무나 멀쑥하게 생긴 것이 왠지 특이한 김말이밥으로만 승부를 하는 집처럼 보였고, 베트남 국수집에 대낮부터 들어가기엔 왠지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그러다가 미장원과 옷수선집 사이에서 간판도 잘 안보이는 중국식당을 하나 발견했는데, 뭐 우린 중국음식이라면 대충 돈 아까와 하질 않고 잘 먹는 편이라서 그냥 들어가더랬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딤섬이 있어서 몇 개 추천을 받아서 시도를 해봤는데, 오 그게 또 이제껏 먹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더군요. 알고보니 그동안 주로 가던 중국식당은 대부분 광동식, 혹은 사천식 중국요리 전문점이었는데, 이곳 전문반점에서는 상해식, 북경식 요리가 간판이었었던 거죠. 이래 저래 감탄을 하면서 딤섬으로 배를 채우고 있던 도중, 통창으로 되어있던 주방안에서 어떤 양동근 처럼 생긴 남자가 스윽 나타나더니 밀가루 반죽을 냅다 치대다가 면을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수타국수 전문점을 발견하다니!! 하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렀던 관계로 처음에는 수타국수에 대한 미련을 뒤로 한채 자리를 나서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두번째 찾았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국수를 먹었었죠. 국수 전문점 답게 여러가지 종류의 국수 메뉴가 있었고, 가격도 다른 식당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었습니다. 닭, 감자 볶음면을 주문했는데 그 때의 감동이라니… 너무 열심히 먹다가 이가 부러졌었는데 그것도 다 먹고나서야 정신차리고 알게 되었었답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감자 / 닭 볶음면 Potato Chiken Noodle

수타면의 특징인 울퉁불퉁 비균등한 모양새

이곳에서는 어떤 국수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두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일반 국수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면발 뽑기로 뽑아낸 국수고 (중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Stretched 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국수 반죽을 단단하게 다져 무우처럼 만든 다음에 대패같은 칼로 깎아 내서 만든 국수 (라기 보다는 수제비에 가깝습니다. 저는 Cut out 이라고 합니다) 가 있습니다. Cut out 도 쫄깃하니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Stretched 가 더 좋더군요. 쫄깃쫄깃이라는 표현을 넘어 뭔가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

대패로 깎아 낸 수제비 스타일의 국수 (완탕 미역 국수 Seaweed Wonton Noodle)

짜장면이란 중국 북경 요리의 하나인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작장면이 이러이러 하다라는 설명은 여간해서 찾기가 힘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경에서 오래 살았던 분들의 얘길 들으면 10여 군데의 식당에서 모두 제각각 다른 작장면을 경험했기 때문에 작장면이 이거다 라고 정의하기가 참 어렵다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어 자체의 의미가 중국식 된장을 볶아서 만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양념 베이스나 건더기가 (삼선짜장이나 간짜장 처럼 말이죠) 다르면 달랐지 설마 그 기본이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뉴에 보면 노북경작장면 老北京炸醬麵 Old Style Beijing Noodle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북미에서 파는 몇몇 회사의 짜장라면 포장지에서 작장면의 한자를 익혀둔 터라 이게 작장면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죠. 좀 비싼듯 하지만.. 그래도 짜장면의 역사를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된장을 볶은 소스와 그 소스에 볶은 다진 돼지고기가 있고, 그 위에 콩과 두부, 오이채만 덩그렁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조금 섭섭하기는 했지만, 뭐 Old Style이라는데 뭐 딱히 더 기대를 하기도 어렵죠. 어쨌든 항상 궁금했던 모든 한국식 중국집 짜장면에 곁들어져 나오는 완두콩과 오이채의 원류를 발견한 기분.

뭐 국수에 관해서는 워낙에 탁월하기 때문에 더할 말은 없지만, 볶아낸 중국식 된장의 맛도 상당히 고소하고 감칠맛이 좋았습니다. 콩과 오이의 맛도 잘 어울렸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저렴한 대중음식으로 사랑을 받는 짜장면의 원형은 완전 보양식이었네요.

곁들어 먹은 산동식 밀 떡 Shang Dong Style Pan Cake 입니다. 넓은 찹쌀 반죽을 양탄자 말듯이 한참을 말은 후에 세로로 썰어서 구워낸 것 같더군요. 속 고물이 하나도 없었지만 찹쌀의 달콤함이 잘 살아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