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October 2010

2010 제29회 밴쿠버 국제 영화제 + 3 more movies

13인의 자객

미이케 다케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재기발랄, 펑키, 독특한 연출, 거침없는 카메라, 잔혹..
이 모든 것을 이 영화에선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야쿠쇼 쇼지 의 영화라고 봐야하나?

시종일관 따분하고 밋밋한.. 그리고 너무나 구태의연한 영화
그럴거면 왜 리메이크를 한 건지. 것도 슈퍼스타 K2 출전자들이 옛날 노래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것처럼 어설프기 그지없게



흔히들 얘기하길, 예술이 정치나 학술보다 더 뜨겁고 가슴을 흔들 수 있는 것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이고, 보다 급진적일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상상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본보기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영화계에 입문했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게다가 끊임없이 발전하기까지 한다.


사회면 한 토막에 실렸다가 모두에게 잊혀질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현미경으로 집어내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그 말고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말만 많은 시대에 예술이 가야할 길을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큰 행운이다. 그리고 유니코리아가 계속해서 영화계에서 살아 남아 제작비를 융통해주길

7 Days in Heaven

죽고 난 후 7일간의 장례절차를 그려내는 대만판 (학생부군신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엿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많은 에피소드 중심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인간에 대한 얘기가 빠진 영화는 왠지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CERTIFIED COPY

혼성모방이나, 꿈, 시물라시옹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지만, 이걸 부부 관계에 빗대서 풀어낸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절대로 그런 경박스러운 이론들을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전적으로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력에 기대어 풀어나간다. 영화 중반 부터 지속되는 이 상황이 진짜인가.. 하는 물음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남자의 설명으로 친절하게 해소되지만, 결말과는 상관없이 두 남녀의 대화를 따라가 보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다.



옥희의 영화


머리를 짜내면서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친다음에도 캐스팅이 어려워서 영화를 못만드는 많은 감독들에게 홍상수는 확실히 부러운 케이스이다.술, 여자,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 여자들과 술마시면서 들은 얘기들, 대화들을 그대로 시나리오에 옮겨 다음 날 영화를 찍고, 그걸로 국제 영화제에서 인정도 받으니 이보다 저 좋을 수가 있겠나. (게다가 영화제에서 얻은 명성으로 배우 케스팅도 쉬워지고, 여자들을 또 만나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일상 대화 중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 그걸 큰 화면으로 옮겨낼 수 있는 배짱과 재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유희에 가까운 영화 만들기가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가 (기종 홍상수 영화에 비해) 좀 더 귀여워 보인다는 것은 단지 주인공들연령대가 좀 더 낮아져서 그런 것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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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외 최근에 본 영화들은

트로츠키

촛불세대가 꽃병세대들에게 보내는 귀여운 연애편지 같다고나 할까? 영화를 가로지르는 세 가지 중요 단어는 연대 Solidarity,지루함 Boring, 무관심 Apathy 이다. 많은 꽃병 세대들이 지금 20대가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하다느니,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하긴하지만, 사실 그건 그동안의 지루한 운동방식이 그들을 끌어들이지 못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이전보다 개인주의적일지 몰라도 개인의 행복에 무관심한 사회 변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실 영화의 해피엔딩은 좀 낮간지럽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시대의 활동가들에게 영화속에서 조차 좌절만 보여준다면 그것도 좀 너무하지 않은가?


굿바이 레닌

1999년 9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몇 일 전, 진실한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기적적으로 꺠어나긴 하지만, 심장 상태는 극도로 약해져 어떤 큰 정신적 충격도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단다. 

한 눈에 봐도 근사한 이 설정으로, 감독은 자칫 빠질 수 있는 경박한 코미디로의 함정을 단연코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짙고 짙은 감동마저 남기려 한다. 이는,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어도, 한 때나마 참다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들에 대한, 감독의 무한한 애정과 존경이 담겨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3년에 발표된 영화를 이제와 흐들갑을 떠는 건 우습지만, 그래도 올해 본 영화 중 최고 중 하나

 

The Social Network

이 영화가 그렇게 까지 따분했던 건, 단지 내가 페이스북을 안하고 있어서라든지, 최근 들어 컴퓨터에 관심이 없어져서 라든지 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 보다, 한국 사회에서는 10 여년 전에 사회를 징그럽게 할퀴고 간, 말하자면 닷컴 및 벤처 열풍과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밖에 모르는 Geeky 한 젊은이가 아이디어와 코딩 실력하나로 삽시간에 떼부자가 된 일이 (그리고 여러 곳에서 소송을 당하는 일이) 그렇게나 대단한가? 다들 재밌다고 난리들인데, 도대체 영화의 어떤 면이 그렇게 재밌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근데 보고 있자니 나만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듯. 한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어느 등장 인물에게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 영화도 참 드물다. 아마도 감독조차 이 입만 까진 geeky한 청춘들이 마음에 안들었던듯. 만일 감독의 제작의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불편하고 불쾌하기 만들려고 모든 등장인물을 조롱하는 것이었다면 매우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