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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밤마다 괴성을 지르던 옆 집이 언제인지 모르게 이사를 나갔다. 

마음에 병이 있었던 인물인지 아니면 단순히 알콜 중독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시때때로 지르던 비명소리 때문에 짜증이 나던 차에 여러 가구로 부터 항의를 너무 받아서인지 결국 이사를 나갔다.
우리하고 그닥 내외가 없어서 였는지 이사를 간 것도 베란다 절반을 차지하던 바베큐가 사라진 걸 보고 알아차렸다. 그 대신에 생뚱맞은 파라솔 테이블이 들어서 있더군. 근데.. 새로온 이웃도 결코 조용한 편이 아닌 것이,
어제하고 오늘 (12월 25일) 새벽 2시까지 저렇게 정신없이 떠들고 있다. 뭐..처음엔 아이들도 있고 해서 크리스마스라서 친지들끼리 모였나 싶었지만, 이건 좀 정도가 지나치다 싶다. 때때로 베란다에 나와서 무슨 대담을 나누는지 두런두런 얘기가 들린다. 창문을 열고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갓 이사 온 사람들에게.. 그것도 명절이라고 친지들이 모인 날에 너무 심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넘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 더불어 사는 걸 싫어한다는 것 까지 생각에 미쳤다. 사회주의와 사회화가 같은 뿌리라고 한 적도 있지만.. 요즘 들어 정말 계속 느끼는 것이, 인간들에 대한 희망도 없고, 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갈 거라는 기대도 없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내 인생을 더욱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에라.. 이미 40인데.. 갈팡질팡할게 아니라.. 내가 이런 종류의 인간이란 걸 알았으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나 고객서비스 업종 같은 따위도 그만두고, 아예 물질들하고 친해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돈” 같은 거 말이다. 
그래.. 아예 이 기회에 다른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고, 남은 정력을 피드백이 보다 명료한 “돈”에 집중하자. 가뜩이나 이 불안한 사회.. 먹고 살 생각 부터 하는 게 나을지도.. 그러다가 .. 외롭게 늙어가겠지. 크리스 마스라고 해서 만날 가족이나 친구도 없고 말야.. 그래도 괜찮아. 돈은 절대 뒷통수를 치거나 하진 않을 거 아냐.. 책 읽고 영화를 보면서.. 그냥 이렇게 살다가, 명절에 옆 집에서 사람들이 하하호호 시끄럽게 굴면 항의를 하거나 경찰을 부르거나 그러고 살지 머..
그런 생각 까지 가다가……
갑자기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가 생각이 났다.
아… 그 영감님의 심정이 이랬겠구나.
암튼.. 모두들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