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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포틀랜드 여행 – 1일차

기다리던 휴가를 받았지만.. 솔직히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딱히 내키지 않았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워낙 컸던데다가, 편도6시간 운전을 해야한다는 게 사실상 앞뒤로 하루씩 날려야 한다는 뜻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아마도 오레곤이라는 주가 소비세가 없다는 사실과 현재 US 달라 가치가 캐네디언 달라보다 낮다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포틀랜드라는 도시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아내의 의견과 오두막 같은 곳에서 푹 쉬고 싶다는 나의 의견이 절충되어 포틀랜드 근교 다마스커스 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산장을 빌려 거기서 7일간 묵는 여행을 계획했다.
7일간 묵게 된 다마스커스의 오두막
4/19
눈이 떠졌다. 딸기가 오줌을 누려 깬 듯. 머리가 아프다. 잠을 더 자야지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을텐데. 잠을 청하려고 하지만 짐 쌀게 생각이 난다. 이번에 VOIP 전화기를 가져가서 XP 랩탑과 인터넷 공유를 해서 wifi 지역에서 전화를 쓸 생각이다. 어떤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다시 머리를 굴려 본다. 아.. 그러고 보니 입을 옷가지를 하나도 짐을 안싸놨구나. 기타는 가져갈지 말지 아직 모르겠다. 잠을 못자서 인지 머리가 아프다.  

이리저리 머리만 굴리다 결국 잠을 못 들겠다싶어서 일어나 버린다. 일단 지하 창고에 내려가서 옷가방과 손수레 등을 가지고 온 다음. 먹거리부터 싸야겠다. 여행2개월 전 부터 이리 저리 계획을 짜고 거의일주일 전부터 짐싸기 준비를 하던 아내는 일단 커피 한 잔 하고 8시부터 마저 짐을 싼다고 한다. .. 아.. 저 짐들이 저렇게 놀매놀매해서 쌀 수 있는 짐들이 아닐텐데


출발 1시간 전

애초 9시에 출발해보려고 했건만.. 뭐 휴간데.. 굳이 분초를 다툴 필요가 있나 싶다. 그래도 싸놓은 짐부터 차로 나르기 시작한다. 아직도 딸기 짐 들은 정리가 안 된 상태. 역시 애기 짐들이 가장 많다. 뭐 두번 세번 챙겨도 항상 빠진 건 있기 마련. 이번엔 지갑을 일찌감치 챙겼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드디어 출발. 아침은 A&W 쿠폰을 이용해서 아침 메뉴를 먹으려 한다. Lougheed와 Schoolhouse 근처에 있는 지점에서 Bacon Egg sandwich 2for 1deal을 먹기로 한다. 역시 A&W는 엉클버거가 진리라는 걸 다시금 깨닫고…

국경에 도착했더니 대기시간이 50분이란다. 젠장 마치 군발이 휴가 나왔을 때 친구 놈들이 시간 겐세이를 할 때와 같은 갑갑함이 몰려든다. 이 황금같은 휴가를 .. 여행 블로그를 보면 국경 사진들을 많이 올려 놓던데 별 이쁘지도 않은 사진을 왜 그렇게 올려 놓는지 이제 이해가 갔다. 딱히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아놔 우박까지 쏟아지네. 4월 중순에 이게 무슨 난리야

그래서 국경 사진.

역시나 국경 세관 요원들의 불친절함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된다. 한국이든 캐나다든, 미국이든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든 입국자들이 관광객을 가장한 테러리스트나 위장취업자 정도로 생각하고 심문하는 듯하다. 왜 저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암튼 이렇게 꿀꿀해진 신경을 배우자에게 터뜨리려고 하는 것도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이 조금도 성장하지 않는 커플에게 과연 미래가 있는가. 요즘은 싸움이 벌어질 때 마다 마치 얼마나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작정을 해보는 것 같다. 문제는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복려는 노력을 하기가 귀찮다는 것.. 그냥 그 순간 순간 떼우고 살려고 해

아직도 기분이 안풀려서 대화도 하지 않으려다 보니… 운전하는게 너무 졸립다. 일단 Rest Area라고 고속도로 한 40 Km마다 만들어놓은 공간 – 화장실과 벤치등이 있는 – 에 들어간다. 

날씨는 비, 우박과 맑은 날의 변화무쌍. 맞아 여긴 밴쿠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5번 고속도로는 시애들 다운타운도 지난다. 근데.. 뭔 다운타운이 이렇게 크냐. 마치 여의도에서 마포 거쳐 종로, 동대문 까지 쭉 가는 기분인데, 거기에 비하면 밴쿠버 다운타운은 그냥 강남역 주변..

시애틀 다운타운을 지나며


누가 미국이 도로 상태와 표지판이 캐나다 보다 훨씬 좋다는 무책임한 말을 했는지… 딱 한번 표지판을 잘못 읽고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시애틀 남부에 있는 렌튼이라는 도시인데 겸사 겸사 쉴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기로 함. 버거킹의 와퍼 세트를 먹었는데 소감은 1. 미국에 오자마자 햄버거냐? 2. 캐나다보다 야채는 신선하고 맛있네 3. 근데 패티가 완전 군데리아인걸. 와퍼의 진리는 직화 구이에 있지않나? 4. 근데 밴쿠버에서 아시안들이 하는 잡들을 여기선 남미사람들이 하고 있군.

미국에 오자마자 햄버거 연타.. 뭐 밴쿠버에선 중국음식을 먹었을테니 별로 차이는 없는 셈

내가 내비게이터를보기 위해 아내가 운전 시작. 하지만 5번 도로에 재진입 하자 마자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가 없다. 내비에 의하면 도착까지 2시간 반 남았고, 도로에서 빠져나오기 까지 228km 더 가야한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 졸다가 도로에 누워있는 사슴시체를 발견하고 확 깬다.

2시간 사까이 운전한 아내가 다리가 저리다고 하고.. 겸사겸사 휴게소에 2차로 정차. 어떤 장애자 마크를 단 미니밴에서 Howdy?하고 말을 건다. Howdy라니.. 서부시댄가? 그러더니 매우 겸손한 태도로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좀 도와주겠니? 우리 집은 Oregon주 무슨 마을인데, 가는 도중 기름이 갑자기 떨어져서.. 근데 뭔일인지 카드까지 정지가 됐어..” ” 어.. 미안한데, 난 관광객이라서 미달러 현금이 없단다.”하며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그래도 이 친구는 자기 애길 들어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원래 그런 종류의 적선은 해본적이 없지만 그래도 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나가면서 그 친구 차를 보니 번호판이 워싱턴 주 꺼였다…… 

국도로 접어들면서 차가 좀 막히다보니 시간이 두배로 걸렸다. 결과적으로 거의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셈.. 뭐 .. 휴가인걸.. 오두막에 도착하니 많은 설비들이 생각보다 낡고 허접해서 좀 기분이 상했다. 게다가 집 뒤에 닭장이라니.. 내일 아침에 닭 울음 소리에 깨게 생겼다. 하지만 wifi는 잘되는군.. 얼른 voip 전화를 연결해서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차를 몰고 나타난다. 후덕하고 수다스런 아줌마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삐쩍마르고 깐깐하게 생겼다. 하지만 역시 수다는 많다. 그렇게 치면 그 사람은 우리가 아시안이라는 걸 예상했을까?

오두막 옆의 닭장


오두막 옆에 세워둔 여행내내 수고해준 우리 소형차.. 하지만 마지막 날에 한 껀 올린다

짐을 좀 옮기고 나서 저녁거리를 사러 동네쇼핑에 나선다. Safeway에 가기로 했는데, 미국 세이프웨이는 술도 싸게 팔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근데 그게 싼게 그냥 이만저만 한 게 아니었다. 일단 아침에 캐나다에서 리터당 $1.37 정도에 넣고 온 일반등급 휘발유는 여기선 리터당 $1 이하였고, 밴쿠버에서 15불 정도 하는 와인이 여기선 $5.95… 아.. 정말이지 .. 한국에 살 때는 미국에 와서 물건 값들이 너무 싸서 감동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 한국은 도대체 뭔 배짱으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건가 . 물가 비싸고 최저임금 최저 생계비가 엄청 낮으면서 비정규에 파견근로 까지 하면 .. 가난한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건가. 그나저나  여긴 정말 아시안이 없는 동네. 신기한듯 쳐다보는 사람들까지 있다. 

숙소로 돌아오자 마자 바베큐에 삽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이것도 가져오냐 마냐 문제로 아내와 한판 붙었었는데.. 요즘 들어 싸우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하지만 먹을 때 만큼은 둘다 아주 행복해진다. 뭐 그 때 만큼은 일단 입을 다른 생산적에 사용하니까..   폭탄가격의 와인과 함께… 아내는 다음 휴가도 갈 생각을 하니 직장에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듯이 아내에겐 제대로된 유급휴가는 캐나다에서 처음 인듯. 그럼 뭐해.. 여긴 퇴직금이 없잖아. 한국에 있는 친구는 부부 퇴직급으로 집도 사고 그러는데 말야. 

일찍 일어나 짐싸고 운전하고 온 관계로 피곤해진다. 짐을 대충 풀고, 여행 기록을 남기고, 잠을 청하기로 한다.. 
오두막의 실내 모습
이렇게 짐을 아무렇게 던져 둔 채 7일을 보냈다. 휴가 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