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한국 개봉년도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스타워즈가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시기는 1977년도 였다. 그리고 아마도 1~2년 후에 한국으로 수입되어 개봉했을텐데, 그 정도 간격은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도 전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ET조차도 미국에서 82년에 개봉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장난감팔고, 라디오 드라마 테이프 만들어서 팔고, 만화로 연재하고(물론 이 모든 것이 저작권과는 관계없는 불법적인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런 개념도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수입 개봉되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 기억이 맞다면, 스타워즈 1편은 한국에서는 ‘별들의 전쟁’이라는 제목과 ‘스타워즈’라는 부제와 함께 아카데미 7개부문 수상(한국의 경우 역대적으로 아카데미 수상작이 흥행을 했었다)이라는 문구로 각종 일간지 영화 광고면을 장식했으며, 내 기억이 맞다면, 개봉관이었던 피카디리 극장주변에는 R2D2, C3PO 및 각종 영화 소품, 등장인물의 스탠드들이 즐비하게 서있었고,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부모님을 둔 행운으로, 한겨울 서울 피카디리 극장 앞에 길게 줄을 서서(지금처럼 예매제도가 없었던 당시에는 유명한 영화를 보기위해서 극장을 몇 바퀴나 돌면서 줄을 서서 봤다.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줄서기 문화가 극장만큼 잘 지켜지는 곳도 없었다), 결국 스타워즈를 봤다.

어릴적 본 영화들이 모두 그렇지만, 줄거리나 기타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 나는 것이 없고, 밀레니엄 팰콘호(당시 한국에서는 ‘천년매호’라고 번역)와 R2D2의 조립식 장난감을 무척 갖고 싶어했다는 기억과,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타잔처럼 밧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만이 기억에 남아있었고, 그 영화가 왜 영화사에 분기점을 만드는 것이었는지, 30년이 다된 지금에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꼽는 20세기 영화 1위의 작품이 되는지도 당연히 알수 없었다. (사실 대학 들어가서 다시 곰곰히 뜯어 보았지만, 역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에피소드 5에 해당하는 2편 ‘제국의 역습’은 소년중앙에 만화로만 연재된 채, 무슨 사연인지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했고(아마도 친아버지와 칼질을 하며 싸우다가 팔이 짤린다는 점이 당시 한국 검열기관을 통과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80년대 초반 특수효과의 정점이라고 자타가 공인한 3편 ‘제다이의 귀환’이 2편을 건너뛰고 개봉하여 당시 영문을 모르고 보던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10주년 기념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니, 에피소드 1 개봉 기념 재개봉, DVD발매 기념 특별 개봉이니 하면서 이후에도 몇 차례나 재개봉에 재개봉을 하였으나, 전세계 관객들은 그 때마다 꾸준하게 호응을 해봤고 스타워즈는 이제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루카스가 마지막 스타워즈라고 공언한 에피소드 3가 얼마전에 개봉하였다. 아내와 나는 개봉날 동네 극장에 가서 보았는데, 밴쿠버에서 3번째 가는 영화관람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경우는 처음봤고, 그 보다 인상적인 것은 꼬마 아이들부터 할머니까지 전연령이 마치 경축을 하는 분위기로 다 같이 모여서 관람을 하는 것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맨 앞줄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심하게 떠들자 할머니가 그 앞으로 다가가서 무슨 얘길 하던데, 우리는 짜식들 할머니한테 혼나는구나 생각을 했지만, 할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고 양손에 팝콘을 가득 얻어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역시나 일반 영화 관람과 같이 개인적인 즐거움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가 시작하고 예의 모든 스타워즈 에피소드들과 같이 상황설명 자막들이 영화 초반에 망망한 우주배경을 향해 스크롤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맨 앞줄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광선검 장난감을 꺼내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다였다. 역시 밴쿠버라서 경축방식도 좀 초라하다. 미국에서는 츄바카 복장, 제다이 복장을 하고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오더만) 영화의 내용은 역시나 빤한 스토리였고, 주인공의 갈등이나 심적변화에 대한 개연성도 철저히 무시되었지만, 이미 스타워즈는 그러한 일반적인 비평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화를 초월한지 오래다. 스타워즈는 스타워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축하면서 보는 것이다. 마치 아무런 실권이 없는 영국여왕이 방문했을때, 사람들이 여왕이기 때문에 환호해 준 것처럼.

MADDOG Jr. (2005-05-22 05:41:17)
하지만, 스타워즈에 각별한 애정이 없는 분들께 권할만한 영하는 아닙니다. 정말 시끄럽고 정신만 빼고 머리 아프고 재미없습니다.

MADDOG Jr. (2005-05-22 05:43:33)
그리고, 왜 모든 SF영화에서는,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이 공격을 당해 기우뚱할때, 탑승객들이 여기저기로 미끄러지고 떨어지고 하는 건지… 무중력공간이 우주에서 말입니다

민 (2005-05-24 12:50:08)
그건 우주선에 가상 중력을 설정해서가 아닐까? 왕따발언..ㅋㅋ

MADDOG Jr. (2005-05-24 15:37:43)
가상중력이라면 당연히 선체바닥에 고정되어야죠.. 우주선이 기운다고 해도 중력은 항상 바닥을 향할텐데 말이죠..

경수 (2005-06-01 11:09:20)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에피소드4에서는 전투장면의 공간을 우주 한 복판이 아닌 공화국수도 행성의 대기권 바로 바깥지역으로 했다는군. 중력도 미치고 화염도 보이고 할려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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