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lehold

며칠 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

동료라고 해봤자 사실 많게는 나보다 20년이나 어린 아이도 있고, 기본적으로 태어나고 자라 온 환경이 너무나 달라 공통 관심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고는 (한국 직장에서와 같이) 손님들 혹은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동료들 험담이 주 화제가 된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비디오 게임들 얘기로 넘어갔는데 누군가 나에게 무슨 게임을 하냐고 물어 왔다.

나 : Stanglehold.
그 : 흐음.. 그래..?
나 : 알아?
그 : 아니.. 재미있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신파 복수극에 냅다 총질만 해대는 게임이니 재밌다고 하기엔 좀 그런데.. 그렇다고 예네들한테 주윤발이 나오는게임이 왜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면 이해를 할라나?

나 : 그냥… 동양인들이 하는 게임이야. (쩝)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하면 이해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이 땅의 모든 청년들이 형님으로 모시던 그 사람,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검은 선글라스와 바바리 코트, 그리고 성냥개비를 질겅이게 만들던 그 사람, 당대 최고 액션 영화의 아이콘, 심지어 음료수 광고에서 조차 오토바이를 몰고 화려 찬란하게 나타나 “싸랑해요”를 외치던 그 양반이 나오는 게임이라고 하면, 재미 여부를 떠나 무조건 해봐야 한다는 걸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양반을 영웅으로 키워낸 “오우삼”이 제작자 크레딧으로 올라가 있으니, 이건 뭐 도저히 안하고는 못배기는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서양아해들이 얼굴 모델링을 한거라서..


이렇게 노상 인상을 쭈그리고 있거나,

이건 뭐 무슨 마징가 Z냐?

도무지 이런 말도 안되는 표정이 게임 몰입을 줄곧 방해하고 있다. <영웅본색>의 주차장 장면, 갓 출감한 적룡을 만났을 때의 그 기쁨과 부끄러움, 그리고 서글픔이 교차한 그런 표정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나중에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이 들통났을 때의 그 멋적은 눈웃음이 미소가 나오긴 어렵다고 예상 했더라도.. 그래도 얼굴 이목구비 비례는 맞춰줘야 하는 게 아닌지..

그래도,

이렇게 비둘기를 동반한 슬로우 비디오 난사 장면이라든가,


이렇게 온 몸을 날려 다이빙을 하면서 쌍권총을 펑펑펑 터뜨리는 액션을 경험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영웅본색>주제곡을 흥얼거리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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