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에 이선균이 말하듯이, 그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다른 사람, 특히 가족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부하직원 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쓰지만 회사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그냥 좋은 사람 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자신의 도덕 / 윤리 기준이 있어서 그것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어른이 되면, 자신의 선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려 노력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어릴 때는 받아쓰기 점수를 엄마한테 당장 달려가서 자랑하고, 칭찬듣고 싶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칭찬은 커녕 위로라도 해달라하기 창피하고 민망한 경우가 많다. 이럴땐, 그냥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알아줄만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개의 현실 속에서는 무조건 내 편 들어줄 사람을 찾는 거겠지. 내가 일일히 설명하는 민망함을 무릅쓰지 않아도, 그냥 나를 칭찬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
‘나의 아저씨’에서는 그게 어이없게도 ‘도청’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애초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이지안은 현대인, 어른의 수호천사가 된다. 단지 그 사람의 슬픔을 듣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슬픔을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는 ‘실장님’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지켜주는 기사님이었고, 보통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똑순이 역할의 파견직 여주인공이 여기서 실장님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죽고싶은 와중에, 죽지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 이런 말을 누구한테 해, 어떻게 볼지 뻔히 아는데”
언젠가 부터, 나 역시 속으로 “Not a big deal… not a big deal… piece of cake……”을 되뇌이게 되었는데, 그게 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인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