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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메이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캐나다에서는 (그리고 듣기로는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도) 9월 첫번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정해서 즐기고 있다. 물론 노동 단체들의 연대 집회나 기념 행사 같은 건 찾아보기가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마지막 연휴 정도로 생각해서 애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간다든가, 집 지붕이나 베란다를 정리한다든지, 젊은 청춘 들에게는 막바지 여름을 불사르는 날 등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듯 노동절에서 투쟁의식이 완전 실종된 현실을 여러 가지 이유로 둘러댈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개인 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야 교문앞 시위에 참가하지 않고 수업에 들어가는 애들을 어설픈 치기에 배신자 취급하기도 하고 그랬지만, 그게 꼭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었나… 라는 후회가 막심한데, 부모가 대준 등록금 내고 수업에 참여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듯, 전경이나 백골단, 최루탄과 맞닥드리기가 무서워서 그랬든, 아니면 치기어린 학생들의 의식 과잉이 어설프게 조여서 그랬든, 싸우러 나가기 싫다면 그건 그거대로 존중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비단 20년 전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고, 바로 얼마 전 화물연대 파업 때에도, 수송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조합원들이 협박을 하거나 테러(그래봐야 계란 투척 정도겠지만)를 하거나 하는 것 같던데, 사실 다른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해 가면서 까지 경제 투쟁을 해야 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물론 200년 가까이 동안 노동자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강경 수단이 고작 파업에 불과한 것도 문제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작년에 밴쿠버시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장기간 파업을 했는데, 그래서 도서관이 문을 닫고 동네마다 쓰레기 수거가 안 되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막상 생존권에 가장 큰 위협을 받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비정규직 조합원들이었다. 조합에 가입된 관계로 파업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당장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어졌으니 생계를 꾸리기가 힘들었고, 협상 진행도 대부분 정규직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협상 타결 후 받은 보상도 미미했던 것이다.

두서없지만.. 결론은, 연대나 단결을 요구하려면, 일단 그 만큼의 보상을 보장하고 하라는 말이지. 마치나 조그만 사업체 사장들이 흔히 하는 말로 “지금은 대우를 좋게 못해주지만 같이 고생하면서 회사를 키우는 보람을 갖자”하는 식의 사탕발림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단결만 강요한다면, 난 차라리 그냥 이곳과 같이 일요일  뒤꽁무니에 딸려와서 연휴로 만들어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노동절을 선택할 것만 같다.

거듭 드는 생각이지만, 연대나 단결을 생각할 때 “효율성”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면 절대로 소외받는 사람들의 편에 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