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선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하지만 왠지.. 크리스마스마다 고국에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바로 6개월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무현씨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경악한다. 그야말로 선,거,혁,명, 이 벌어진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정말이지 드라마틱 한 것이었다. 처음에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고 했을 때 조차도, 당내 경선의 소선거구제 등을 주장할 때에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몇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 후보가 되자, 민주당에서 다른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참패로 인해 후보 교체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고, 마침내 정몽준과의 단일 후보를 위한 한판 대결에도 승리하고 만다. 이후 정몽준의 지지철회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처음 개표상황을 뒤집으며) 당선되고 마는 드라마를 이루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다. 정치적 이합집산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켜온 정치인.. 고졸 출신, 돈 없고 뺵 없는 사람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것 자체가 많은 서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만한 일이었고, 또 희망을 전할 만한 일인 것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시민운동가라든지.. 변혁활동가 조차도 노무현의 당선을 지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의 승리 자체가 민주주의를 바라는 많은 활동가의 승리라고 믿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전혀 없다.  돈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얼마든지 부정부패에 휘말리 수 있다. 미국의 닉슨이 서민출신에 자수성가를 이룬 사람 아니던가. 대통령은 말그대로 나라를 대표하고 국방의 지휘를 맡는 사람이기에, 그의 출신이나 성품으로 미루어 봐서 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걸거나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어떻게 개혁을 이루어 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일 일텐데.. 그런 의미에서 정몽준의 미친 짓으로 권영길의 표가 줄어든 것은 통탄할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노무현은 그야말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신봉자… 파견근로와 비정규직 운용 등 탄력적인 노동시장의 지지자인 것이다. 이제껏 대화와 타협을 운운하며 인애심있게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 일지라도, 나라의 대표의 자리에서 봤을 떄는 결국 경제계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탄압을 지휘할 수 밖에 없겠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조 지도부 체포수의 증가가 그것을 대변한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대통령 선거니까… 역시 청와대 입성이 가장 중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 총선 때 노동당이 압도적인 득표를 통해, 사회복지 정책이나 노동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대통령은 성품이 곧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그걸 바라는 것은, 기존의 대통령 집안들이 하도 나라를 말아 먹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터이고..

어쩄건.. 재미있었다.. 이번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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