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열심히 영화 보고 있습니다.

달콤한 인생 : 헐리우드, 프랜치, 홍콩 액션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절절하게 느끼게 되지만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영화. 어찌 김지운과 같은 독창적인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든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후까시로 점철하지만, 플롯이 단단하지도, 그렇다고 액션이 대단하지도 않다.

파송송 계란탁 : 임창정이라는 배우는 아무리 흔해 빠진 진부한 이야기이건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몰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스스로 말이 되게끔 재미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실리2Km’나 ‘낭만자객’의 경우 한명의 배우가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영화라 그렇다치더라도, ‘비트’를 똥폼으로 점철된 영화로 빠지지 않게 구원했던 것에서 부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위대한 유산’, ‘행복한 장의사’모두 처절하게 망할 수도 있는 영화였음에도 그나마 그정도 사람이라도 와준것은 바로 임창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파송송 계란탁’에서도 임창정은 ‘쓰레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리숙하고 귀엽기도 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를 유지하는데, 사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시나리오에 한 줄로 쓰기는 쉽지만, 그 누가 임창정 만큼 이런 캐릭터를 근사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먹이 운다 : 노장배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모두 빛나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이 영화에서의 나문희의 연기는 영화 전체가 가볍게 날아가는 것을 잡아준다. 굵직한 성격의 주인공들의 선악 구분없는 대결이라는 점은 전작 ‘피도 눈물도 없이’와 비슷하지만, 그 캐릭터 설정 만큼이나 플롯의 개연성에도 공을 들였다면 더 감동을 주었을 거라고 아쉬움이 남는 영화

마다가스카르 : 아름다움과 추함의 오랜 대립공식을 처절하게 부숴버리는데 성공한 ‘슈렉’제작팀들은, 이젠 문명과 야만이라는 더 오래된 헐리우드 영화의 대립공식에 대해 가차없이 칼날을 가한다. 초기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야만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문명의 용기를 치하하였고, 60년대 이후부터는 문명의 폭주에 소외된 야만의 모습을 조명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현실세계에서 ‘문명’과 ‘야만’ 중에서 어느 한 가지를 택하기 힘든 딜레마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마지막에 대안으로 내세운 ‘스시’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동양문화에서 대안을 찾자는 건가??

로봇 : 모든 예술적 전유가 어짜피 사적 소유라는 오래된 전제를 놓고 볼 때, 난 이 영화에 깊이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교체부품 판매 만으로는 수익이 떨어지니까 대기업에서는 교체부품 생산을 중단하고 전체 업그레이드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 이에 돈 없는 서민 로봇들은 부품이 고장나도 고쳐질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데… 어쩌면 신자유주의 세계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파헤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대기업 컴퓨터 수리센타에서 일하고, 전선 하나 끊어져도 새 케이스나 어댑터를 통째로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뿐만 아니라, 현실 자본주의의 통제불가능한 과잉생산에 대해 정면으로 침을 뱉는 영화라는 점에서 공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영화에서 처럼 옛날의 좋은 자본가가 복귀하는 것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공의 적2 : 강우석은 정말이지… 뻔한 플롯과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도, 교과서적인 연출과 튼실한 배우와 함께 영화를 놀랄만큼 잘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우린 강우석을 작가author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장인master라는 칭호를 주는 데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비록 한 때 한국영화계 파워 1위에 군림했던 제작자로서의 그의 사업방식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지만 말이다. 단지 전편에 이어서 가끔가다 영화 속에서 (설경구의 입을 통해 욕지거리가 섞여져서)뱉어지는 일장연설의 정체는 궁금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감독들 데뷔 작품에서 종종 보여지는 의욕과잉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사업가와 감독의 자리, 그 전에 진보적인 작품으로 데뷔한 감독과 악질적인 사업가의 자리를 넘나들던 그 사람이 진정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말아톤 : 이 영화의 미덕은 절대로 소재에 있지 않다. 아마도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더라도 이 영화 만큼 인물 감정의 변화와 갈등을 세심하게 집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출소에서 수모를 겪은 후 괜히 아이한테 수학문제를 내면서 짜증을 부리는 엄마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아이가 정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비정상이라는 것을 20년동안 몸으로 겪은 엄마의 내적 갈등을 훌륭하게 그려낸 점은, 이 영화가 여타의 장애인의 인간 승리를 그린 영화와 질적으로 차별되는 모습이다.

연애의 목적 : 재미있고 달콤한 영화. 남녀 주인공들이 예쁘지 않아도 이렇게 달콤할 수 있겠냐..라는 생각인 들긴하지만, 뭐 어쩌겠어… 톡톡 튀는 대사와 배우들의 예쁜 연기로 로맨틱 드라마에서 뒷부분의 참신한 반전까지는 재미있게 보게 되지만, 느닷없는 해피엔딩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 때문에 관객 3만은 더 들었겠지.. 남는 점 : 1) 미소년 박해일의 최양락 스타일 연기변신이 유쾌하다 2) 한국에서 연애를 하려면 역시나 술이 필수!!

배트맨 비긴즈 : 팀버튼의 배트맨이 악몽과 같은 공포만화고 여타의 잡스러운 배트맨들은 명랑만화라고 한다면, 배트맨 비긴즈에 와서는 비로소 영화로서의 개연성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배트맨의 존재 가능성을 설득하기 위해서 ‘가스전’, ‘닌자 부대’나 ‘미육군의 시험 장비’등을 도입한 것은 명랑만화 만큼이나 황당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의 명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 동안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쌓였을텐데, 이번 작품에도 팀버튼의 명성을 극복하기 위해 강박관념을 보여준다. 전혀 색 다른 배트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영화 시작 5분간 나는 이게 배트맨이 정말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 상상력은 괴물 배트맨에서 007 배트맨으로 옮겨진 것 뿐…

극장전 : 별로 할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도 없고… 허접하다는 말 밖에

아.. 암튼 간만에 맘 놓고 영화를 보게 되니 정말 좋구만…

한솔 (2005-08-25 17:12:56)
ㅎㅎ… 인터넷 고속으로 바꾸더니 바로 영화감상 모드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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