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6년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10년이 지나도 한국 영화 역사상 걸작 10편에 속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구성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어떻게든 이 작품 이후로도 투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강박관념이 스스로의 자의식 과잉을 절제시킨 미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년 전에 시사회에서 본 것과는 다른 장면이 몇 장면 보였는데…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정말 요즘은 나도 모르게 기억을 조작 하는데 아주 환장할 지경이다.

1. 표장군이 소피를 처음 봤을 때.. 나이나 성별 같은 문제로 희롱하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2. 이병헌의 지뢰를 제거해준 송강호가 처음에는 발목지뢰라고 하며 어짜피 너만 죽는다고 했다가, 나중에 이병헌이 왜 자신을 구해줬냐고 물었을 때, 사실은 대전차 지뢰였다고 고백하면서 해체를 하지 않았더라면 모두 다 같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장면도 사라졌다.
3. 김태우가 신하균에게 가르쳐준 것은 전투화끈을 빨리 묶는 방법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보니 신형 구두약을 써서 전투화 광을 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

만일 내 기억이 맞을 경우, 1번의 경우 군의 반발이 예상되어서 자기 검열을 했다고 치고, 3번은.. (사실 군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투화 끈을 빨리 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혜택이 되는지 누구나 공감할 것이므로) 전투화 끈을 묶는 방법을 가르켜 주는 것이 더 재밌어 보이는데, 그래도 표어 액자 뒤에 숨겨둔 구두약을 내 집처럼 알고 꺼내는 것이 하나의 의미가 되므로, 그걸 썼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2번의 삭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상대를 구해주지 않으면 자신도 같이 공멸할 수 있는 공간, 등 뒤의 전우들 보다 더 가까이 서있고 더 상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공간, 하지만 때가 되면 상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공간인 비무장 지대의 생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인데.. 왜 삭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지뢰에 대한 고증의 문제라든지… ‘정예 한국군이 어찌 대인 지뢰와 대전차 지뢰를 구분 못하는가’라는 반발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라도 살릴 가치가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아무튼… 이 작품을 만들고 나서 차차기 작품으로 또 보편적인 메세지를 만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한 감독은, 언제쯤 그 약속을 지키게 될른지 모르겠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 실패 이후 월남전 소재의 기획 에 투자를 받지 못한 것이 그 사람 잘못은 아니겠지만… 복수에 관한 영화를 “3부작”으로 마쳐야 한다는데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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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2006-08-18 15:14:50)
잘 지내고 있냐… 대전차지뢰는 사람이 밟아도 안터짐^^ 만약에 그런 대사가 있었으면 옥에티~

MADDOG Jr. (2006-08-19 01:36:18)
원래 시나리오를 뒤져봤더니 대전차 지뢰가 아니라 폭풍 지뢰라는군.. 있잖아 붕 떠서 반경 50m 내에 있는 것들을 작살 내는 것… 우린 잘 지내지.. 넌 어때?

두성 (2006-08-26 11:55:11)
1번 동의, 2번 기억 않남, 3번은 전투화 광택이 맞는걸로 기억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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