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23 유감


최근 들어서 가장 재미있게 본 미국 드라마는 누가 뭐래도 NBC의 <HEROES>. 아마도 86년 <V>이후 이렇게 열광하면서 본 미국 드라마는 처음인듯..

 

짜임새있는 구성도 좋고, 과감한 상상력도 모두모두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하나하나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다. 이런 종류의 떼거지 초능력자들을 다룬 작품에선, 아무래도 주인공격인 몇몇을 제외하곤 나머지 초능력자들은 그냥 그냥 넘어가기 마련인데, 여기선 아무리 출연횟수가 작은 인물조차도 캐릭터의 생명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그래서 두개골이 열려서 죽을 때 끔찍할 뿐 아니라 안타깝게 했다)

 

왕따를 두려워 하는 10대 소녀와 스캔들을 경계하는 정치가, 힘든 생활 전선에서 싸우는 싱글맘과 일본 대기업에서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던 샐러리맨, 부부관계를 지켜내기 원하는 난독증 경찰까지… 바로 우리 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 어느날 자신의 능력을 꺠닫게 되면서 부딪히는 그런 스토리들이 긴박감 넘치고 좋았다.

하지만.. 막바지로 흘러가면서, 그 좋았던 인물설정들을 하나의 관계로 무리하게 밀어넣다 보니 군데군데 억지스러움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말콤 맥도웰이 연기한 <린더만>은 그동안 나왔던 암흑가의 대보스 중에서 가장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아무런 인과성없이 (히로의 아버지나 시몬의 아버지처럼)느닷없는 선지자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종종 황당스러웠다.

결국 뉴욕을 핵폭발로 부터 구하는 마지막 장. 관련된 주인공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사일러>와 최종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그 노인네들이 모두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뉴욕 대폭발이 왜 일어나는지 그 이유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그리고 그걸 막아내는 경위도 너무나 짤,막,해서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너무나 일을 크게 벌려서 작가가 혼자 뒷수습이 안되었던 것일까? <피터>와 <사일러>의 대결, 그리고 <히로>의 검.. 지극히도 당연한 방법으로 문제는 진부하게 해결이 되고, 끝까지 비열한 미국 정치가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네이썬>이 느닷없이 회개를 함으로써 뉴욕의 위기는 해소가 되고 만다.

 

좁은 하드 공간과 트래픽 제한의 압박하에서 23편 모두 다운 받고 열심히 보던 노력이… 최종장의 무성의함 때문에 맥이 빠져버렸다. “Save Cheer leader, Save World”라더니, 결국 클레어가 한 일이라고는, 머리 뚜껑 안열리고 제 한 몸 보신 한 것 밖에 없게 되었다. 오히려 <안도>나 <마이카> 등.. 의외의 인물이 마지막에 한 칼 해줬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종장이라고 해서, 최고의 액션씬이나 최고의 반전.. 그런 것들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리즈 23부를 힘있게 끌고 오던 인물들의 성격이 모두 밋밋해지고, 아무런 갈등없이 이야기가 종결이 되자 아쉬움이 큰 것이다. 적어도…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라면, 맨 마지막에는 맨 마지막 다운 최후의 결단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초능력자들이 설치고 다니더라도.. 결국은 사람 사는 얘기 하자는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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