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하고 싶었던 일은 미련 없이 다 해버리고 오자하고..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 한 적이 있었다. 내용은.. 셍뗵쥐페리의 팔지에 단서를 얻어서 그의 실종 원인을 추적하는 이야기 였는데.. 뭐.. 탈고 후에 나는 재미있었지만, 읽어 본 다른 사람 들은 모두 내 앞에서 미묘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각설하고 그 작품 처음에 폭풍우가 치던 밤 바다 한 가운데 보트 선상 위에서 격투가 벌어지고, 주인공이 물에 빠지고, 다음날 어부에게 구조 되고 그런 장면이 있는데.. 나름 신선한 액션씬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글을 쓰고 그 해 겨울에 ‘본 아이덴티티’ 첫 장면에서 똑같은 구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 뿐 아니라.. 극 중반부에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자동차 추격전 역시 ‘본 아이덴티티’에 그대로 재현된 것을 보고 절망했다. (자료조사를 빙자해서 파리와 마르세이유 현지답사까지 갔다가 왔는디…)
그도 그럴 것이.. ‘본 아이덴티티’ 원작 소설이 출간 된 때가 80년대 중반.. 리처드 챔벌레인이 주연을 했던 TV시리즈가 88년 혹은 89년 KBS에서 방영을 했었는데, 그걸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내 잠재의식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의식 속에 표절을 하고라도 재미만 있으면 그래도 용서가 될텐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이건..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하고 쓴 글이 ‘쾌찬차’보다 황망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늦게나마 제 정신을 차리고 주제를 파악한 것에 자족해야 했다.
최근 며칠간..다시 한번 창작일 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피를 끓이고 있다가.. 오늘 마침 휴일에 이 생각 저생각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탈영을 다룬 이야기는 한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는 갓에 생각이 미쳤다. 어쨰서 일까!! 범죄자가 탈옥하는 영화는 여러가지로 다루어 지면서.. 역시나 아직 군복무는 여러가지 의미로 뜨거운 감자인 것일까? 자긴 두번 가기는 싫지만, 남들이 떙떙이 치는 것은 용서가 안되는 국민 정신이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여하튼.. 군복무 26개월간 줄기차게 생각해온 것이 탈영에 관한 것이어서.. 한번 아이디어가 떠오른 이후로는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듯했다. 실제로 동기 중에 결혼 하고 입대한 놈이 있었는데, 아내가 애를 가지자 어떻게든 탈영하려고 했던 실화를 발단 삼아 여러가지 인물들을 밀어 넣어 봤다. 멋진 사내들이 있는 군대에 있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보다 성적인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게이, 그냥 지루해서 탈영을 해보려는 녀석…… 흠.. 아예 탈영 후 은행 무장강도가 되기 위해 자원 입대한 녀석을 집어 넣고.. 그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면 되겠다… 고 신이 나 있었다. 심지어는 이 영화가 히트 치고 난 후 인터뷰 할 때 할 얘기들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머릿속을 한참 헤집고 다니던 여러가지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보려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 . . . . . .
프리즌 브레이크.. . . .
라는 놈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 정말.. 나라는 놈은 창조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
아무튼, 다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으로 또 힌 번 자족하는 수 밖에..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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