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완전정복 4 – 영어는 움직이는 겨…

스킨쉽

Posted 2007/12/08 19:03


오늘 도서관에서:

나: 앤젤라(도서관 친구), 오늘 저녁 때 뭐해?
앤젤라: 크리스티랑 어디어디 파티 가.
나: 크리스티 애인도 오니?
앤젤라: 아직 애인 아니래. 데이트만 한대.
나: 그 기준이 뭔데?
앤젤라: 뭐.. 커미트먼트하는 시점이겠지?
나: 흠.. 스킨쉽이 기준이 되는걸까?
앤젤라: 스킨쉽? 그게 뭐야?
나: 스킨쉽. 스킨-쉽.
앤젤라: s-k-i-n ship?
나: 응. (급당황)
앤젤라: 그거 영어 아닌데.
나: !!!!!
앤젤라: 나 그 말 너무 좋아.  정말 make sense해. (신나서 애들에게 퍼뜨리기 시작)
나: ;;;;;

이때까지 스킨쉽이 영어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런 용어가 있긴 한데.. 무슨 학술용어로 육아시 엄마와 자녀간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일컫는 것이고 일상생활에 쓰이는 게 아니란다.)
어쩌다가 한국에서는 스킨쉽이 스킨쉽으로 쓰이게 되었지?????

————–여기까지가 아내의 글로 ..

2007년 하반기 인텔에서 새로운 모바일 컴퓨터의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산타로사>……  터보메모리나 하이브리드 하드드라이브로 데이터 엑세스 속도를 높힌 것을 비롯하여 최대  RAM 확장성능을 4G까지 허용하고, 그래픽을 GMA계열에서 X3100계열로 옮겨.. 드디어 센트리노 노트북에서도 왠만한 3D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Wireless N을 기본으로 해서 빠른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이걸 설명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을 꺼내자 마자 무서운 직업정신이..)

가을부터 새로 나온 애플과 소니의 몇몇 최신 기종들이 이 <산타로사> 플랫폼을 탑재하게 되었고, 손님들 앞에서 별로 이런 저런 할 얘기가 없는 나로서는 이런 기술적인 잘난 체를 무기로 구라를 풀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그런것이 <산타로사>는 상용용어도 아니고 인텔이 제품을 개발할때 쓰던 프로젝트 코드명인데, 이곳 북미의 언론에서는 (한국에서는 3류 잡지에서도 공공연하게 사용되는)이런 전문용어가 잘 소개되는 적이 없는 관계로.. 우리 매장에서는 <산타로사> 라는 명칭을 내가 처음 소개하는 입장이 되어버렸고, 동료들이나 손님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양 <산타로사>, <산타로사>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동료 중 하나가 손님에게 <산타로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손님이  혹시 [쌔자]를 말하는게 아니야고 되물었다. 동료녀석은 당황한듯이 날 한번 쳐다보더니.. 아마 맞을 거라고 손님에게 맞장구를 치고.. 그렇게 나의 발음이 결국 폭로되고 말았는데….. 언어란 것이 한 번 혀에 굳게 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거라서,  나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아직도 <산타로사>, <산타로사> 하면서 제품설명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든, 미국에서 왔든 간에 말이지..

재밌는 것은 거기에 대해서 누구도 부끄럽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Santa Rosa 는 애초에 스페인어일 테고, 스페인식으로 발음을 하면 산타로사가 맞는게 아니냔 말이지 뭐 좀 다르다고 해봐야 싼타로싸 정도로 바뀌겠지만..  오히려 미국식 발음에 경도되어 그것만 신봉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아닌지..

언어는 사실 계속 변하는 거다. 새로은 표현이 한국식으로 소개되면 아마도 그게 표준 영어 사전에 등재될지도 모른다.  아내의 <스킨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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