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건.. 뭐 마치 영화 관람이 아니라 20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회 같잖아? 신해철 노래에서 잘났든 못났든 간에 서로 힘들게 살아가는게 마냥 좋아만 보인다고 하는 것처럼, 영화가 재미있든 말든, 후져 보이든 세련되어 보이든, 그 20년 전의 클래식한 액션이 좋아만 보인다고나 할까.

근데 아무리 그렇게 반가운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게 해주더라도, 미국 상업 영화를 이끌어 온 두 명의 거장이 힘을 합쳐 만든 것 치곤 너무도 어이없을 만큼 조악한 것도 사실이야.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우주 비행선의 디자인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상상력도 50년대로 회귀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실망스럽더라구. 이왕 마야 문명까지 들어갔는데 왜 비라코차 같이 널리 알려진 신화를 첨가한다던지 해서 이야깃 거리를 좀 더 풍부하게 하지 않았는지고 모르겠고, 스필버그는 유대 역사가 아닌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클래식한 자동차 추격전이나 아날로그 타입의 액션 연출은 오히려 요즘 시대에 새로워 보였는데, 간혹 보이는 CG는 너무 튀더라구. 특히 Bell 이동 전화의 캐릭터인 사막 다람쥐의 모습이라든지, 원숭이 떼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체 분위기랑 너무 안맞아서, 마치 “로저래빗”에서 밥 호스킨스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같이 움직이는 장면 같더라.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이런 미스테리 모험 액션물이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뭔가.. 그런 거 있잖아.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진다든지, 그것 때문에 예상치 못한 웃음이 터진다든지.. 뭐 그런게 전혀 없는 거야. 물론 만든 사람들 입장에서는 올드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할겸, 전작들이 클리셰들을 그대로 답습한다든지 자기 패러디를 한다든지 하는 게 재미있었겠지만, 그런 팬픽같은 걸 만들면서 저렇게 많은 남의 돈을 써도 되는 거냔 말이지.

아주 마커스 브로디의 동상이 자동차 추격전을 종결하는 장면에선, 자기들도 좀 걱정됐었나 보지? 관객들이 그 동상이 누구 동상인지 눈치 못채면 어떡할지.. 마커스 브로디 이름을 동상 앞에 붙혀두고 그걸 또 클로즈업으로 잡아 주는데에 아주 질려버리더라구. 너무 친절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제발 자신들의 눈물 겨운 자기 패러디 노력을 알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건지.

그래도.. 그래도.. 간만에 보는 해리슨 포드는 여전히 멋있더만. 핫바지에 어정 어정 걸어다니는 중늙은이 연기를 어떻게 그렇게 멋있게 해내는지 감동이었어.

              저 핫바지를 입고 시종일관 뛰어다닌다

그리고 케이트 블랑쳇.. 역대 인디 시리즈의 여주인공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아. 사실 인디 시리즈가 좀 여성 캐릭터를 백인 / 남성 우월 주의로 점철된 부분이 있었잖아 좀.

영화를 보면서 인디 시리즈 3편인 “최후의 성전”을 가족들과 함께 같이 보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누나가 보여줬던 것 같은데, 대한극장이었지 아마? 그 땐 영화를 보러 가면 팜플렛들도 꼬박꼬박 사서 모으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도 역시 3편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연결되어있어서 뭐 하나 빠질 장면도 없고. 캐릭터 들도 하나하나 잘 살아 있었고.. 글고 보니.. 그 때 대한 극장 처럼 큰 화면 70mm 극장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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