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단상

거듭 드는 생각이지만……

모든 예술 활동에는 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악기를 사든지, 화구를 사든지, 아니면 가족의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영화판에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부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인간의 재능이나 정서가 구축되어가는 성장기에 충분히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을만한 가정환경을 만날 수 있어야만, 늙어서라도 예술이랍시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른바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들은 좀 달랐다. 오히려 그들은 물려받은 가난이나 신체적 결함등 태생적 핸디캡들을 알량하게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오만함과 독선, 독단을 잃지 않으려는 품위를 보이고, 한편으로는 자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왕따시킴으로써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예술로서 성공을 하려면, 악기를 자꾸 바꿀 수 있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처자식이 굶더라도 처갓집 건물을 저당잡혀 가면서 사채를 얻어 악기를 바꿀수 있는 과단성, 그 파탄적인 에고가 필요조건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래저래 빠져갈 구멍이 많기 때문에 아예 악다구니를 써가면서 그 바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 아닌지.

뭐 나로서는 저렇게까지 하면서 거장이 될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풀빵 찍어내는 듯한 기계작업에 만족하면서 예술한답시고 자위하기도 싫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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