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표류기 (2009)

우연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딱 10분이 지나자마자 그야말로 “빠져들고” 말았다. 알고보니 <달콤, 살벌한 연인>과 더불어 나에게 2006 최고의 한국 영화였던 <천하무적 마돈나> 감독의 신작. 소수자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은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소소한 사회 풍자나 은유는 차치하고라도, 자기 인생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이란 무엇인가.. 라는 대목이 너무나 울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래 저래 사는 게 힘든 건 어디나 마찬가지일 테고.. 자기 탓이 되었던 남 탓이 되었던 일단 튕겨져 나가버리고 나면, 살아가는 용기를 다시 가지기 힘든 건데, 묵묵하게 짜장면 만들기에 경주하던 김씨에게 감동을 받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외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짜장면이 아닌) 사람과의 소통이었고, 비록 김씨가 (한국사회에서 묵인되는 비공무원 조폭단원 중 하나인) 해병전우회의 폭력으로 또 다시 튕겨져 나가게 되지만, 그로부터 희망을 전염받은 사람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서로에게 또 한번 용기를 나누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2억이라는 빚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 둘이 당장 사회에 진입한다고 해서 받아줄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몇 번이나 튕겨 내는 그런 사회에 꼭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이번에 둘이 오손도손 살 수 있는 무인도를 찾아서 즐겁게 표류할 수 있기를.. 

의심할 바 없는 2009년 상반기 최고의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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