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여행 – 3일차

4월 21일

닭 울음 소리와 딱따구리 때문에 다시 일찍 깨버렸다. 오늘은 애초에 푹 쉬기로 했으니 느긋하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글러버렸다 싶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다시 조용해졌다. 알고 보니 새들이 아침 일찍 부터 지저귀거나 우는 것은 뇌의 어떤 부위가 햇볕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는군. 잘됐다.. 조금 이라도 더 자야겠다.

날씨가 소낙비, 우박, 햇볕이 번갈아 가면서 정신없이 바뀐다. 한국 말 표현으로 “미친년 널 뛰듯이 바뀐다”라는 것이 있는데 어쩌면 그리 정확한 비유인지 모르겠다. 아내가 밥과 순두부 찌게를 준비하고 난 딸기 산책을 시킬 겸, 나가서 씨그럽게 구는 녀석들의 사진을 찍어보려고 나섰다.
시끄러운 녀석들
하지만.. 갓 나은 달걀은…
이렇게 순두부 찌게로..

오두막의 입구

나름 야외 장작 난로도 갖추고 있다 
입구 옆에 있는 이 나무 등걸의 주인장은

요 새 녀석과
요 다람쥐 님이 되시겠다.
아침을 먹고 나서 쉬다가 주변 산책을 나간다. 숙소로 묵고 있는 이 COTTAGE는 이 건물주 집의 말하자면 별관 같은 부속 건물인 셈인데, 건물주 말로는 자기 아들이 결혼 하고 나서 독립해 나가기 전까지 살려고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Loft 스타일의 스튜디오로 참 기능적을 디자인이되었다. 그리고 건물들 주변으로 약 2000평 정도되는 숲길이 있는데 그게 다 이집 마당이 되겠다. 그 넓은 마당에 각종 새, 다람뒤, 사슴, 코요테가 뛰어놀고 있으니 이 집은 동물원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동물들이 울타리라는 개념을 알겠냐마는).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중에 사슴 모자를 만났다.  

 어미 사슴을 발견해서 

쫒아 들어갔더니

아기 사슴이 다가와서 포즈를 잡아주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다시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 4월도 말경으로 접어드는데 이게 왠 변태적인 날씨냐. 아무래도 오늘은 일찌감치 낮 술 한 잔 하면서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할 날이나 보다. 술판 벌리기 전에 일단 나가서 허브제제와 캠핑용품을 좀 사오기로 한다. 

마을 구석탱이에 박혀 있는 걸 어렵게 찾아 온 코스트코는 딱히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매장이 넓긴 하지만, 첫날 세이프웨이에서 워낙 가격이나 물건 종류에서 충격을 받은 터라, 코스트코의 품목이나 가격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말로는 허브용품도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만 판다고 한다. 결국 세탁세제와 사과 한 팩, 피부로션만 사가지고 온다.

그에 비해 월마트는 여러가지 다양한 품목을 좋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특히 하드웨어나 가든, 캠핑용품의 경우  캐나다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캠핑 의자와 BabyQ 그릴, 점심 안주감으로는 핫도그를 먹기로 하고 월마트에서 소시지와 야채 (여기 월마트엔 야채를 취급한다.)를 그리고 오는 길에 먹을 작은 아이스크림 한통 ($1)을 사서 들어왔다. 다양한 취향의 소비인구가많아서 그런가? 미국의 경우 캐나다에 비해 여러가지 다양한 선택의 폭이 제공되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만 해도 그렇다. 4리터 짜리 큰 통과 함께 이런 5온스 짜리 작은 통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산업들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누가 만든 것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없어진 반면, 어떤 제품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더 넓어진 셈. 

간만에 낮술상을 차렸다. 소시지도 굽고 옥수수도 호일에 싸서 구웠다. 그리고 다 마시고 나서 그대로 누워 오수를 즐길테다. 아.. 이제 정말 휴가 보내는 것 같다. 

하루종일 우박과 소낙비, 그리고 햇볕이 번갈아 나타난다. 우박 소리에 깨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국엔 서태지 이혼 기사로 난리가 났다. 뭐 이번엔 죽은 사람도 없으니, 사람들은 그렇게 목말라 하던 스캔들을 즐기는데 조금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졌다. 

딱히 한 것도 없이 또 배가 고파 졌다. 아침에 남은 순두부 국물에 김치와 (역시 남은)소시지 조각을 넣어 김치찌게를 끓인다고 움직이다가 새끼 발가락을 사다리에 부딪혀 버렸다. 아파라.. 비명도 못 지른채 발가락을 잡고 있다가 자세히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발톱이 젖혀져서 피가 난다. 젠장. 왜 내 새끼 발톱은 이렇게 젖혀지기 좋게 생겨 먹은 걸까? 유전인가?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종종 이렇게 발톱이 젖혀져서 고생하셨는데…

식사를 마친 후 누워서 여행 기록을 쓰면서 검색을 하는 도중 또 다시 인터넷이 끊어진 게 발견되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니 이번에는 주인집의 라우터 신호 송신에 문제가 있는 듯. 그렇다고 내가 그 집에 가서 네트워크를 손을 바줄 수도 없고..  내일도 5시에 일어나게 될 것이 뻔하니 일찍 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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