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여행 – 5일차

4월 23일
어제 늦게 잠이 들었더니 닭울음 소리도 딱따구리 소리도 개의치 않고 자게 되었다. 날이 화창해 보인다. 아내가 깨우자 9시쯤 나서자고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오늘도 포틀랜드 시내에 다시 한번 가볼 계획. Saturday Market 도 있다고 하고, 지난번에 너무 준비없이 갔다가 불평만 하고 온 기분도 있고해서.. 이번엔 가이드 북도 미리 읽어보고 갈 곳도 미리 좀 정해두고 준비를 해서 간다. 오늘은 다운타운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주말 요금으로 주차를 해둔 후 무료 전철을 타고 이동해 보려고 한다. 

가는 동안 좀 해메서 돌아 오긴 했지만, 그럭저럭 다친 발로도 운전을 잘 하고 와서 도착했다. 일단 Saturday Market이라고 해서 포틀랜드 에서 제법 유명한 주말 시장을 둘러보기로 한다. 오.. 나름 여러가지 재밌는 물품 및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있다. 도로를 중심으로 서쪽은 공산품을 동쪽은 수공품을 취급한다고 하던데, 서쪽 강가에 있던 각각의 부스들에는 홈페이지 주소도 붙어 있고 하는 걸 보니, 이 곳 주말시장을 견본시 쇼케이스 정도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Food Stand. 

포틀랜드는 Micro Brew가 유명해서인지.. 맥주 양조장에서도 부스를 차려 그자리에서 맥주를 팔기도 한다. 그 보다 한동안 우중충한 날씨만 계속 되더니 마침내 등장한 화창한 날씨에 모든 지역 주민들이 몰려 나온 듯 강변 공원은 사람들로 붐벼댔다. 

밴쿠버도 그렇듯 여기도 맑은 날에 굶주렸던 것이다


일단 아점을 해결하고 더 구경하기로 한다. 맛이 있건 없건 일단은 밴쿠버에서 먹시 힘든 걸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듯해서 이번엔  하와이 음식을 주문했는데, 의외로 익숙한 양념의 일식 + 양식 형태가 되겠다. 나는 야키소바 레몬 치킨, 아내는 채식 브리또

하와이안 레몬 치킨 과 야키소바


식사를 마치고 좀 더 구경을 하러 나섰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인물 (초상화가 아닌) 소조를 해주는 서비스도 있고, 미리 만들어둔

외계인 조각상을 파는 곳도 있고.,쓰던 접시류를 응용해서 새 모이 통으로 만들어 파는 곳도 있고..
즉석 소조 서비스
오래된 접시들을 재활용한 새모이 그릇
우주인 모양의 조각들


시장을 벗어나서 시내로 향하다가 유명한 Voodoo Doughnut 가게를 찾았다. 집새기 인형 모양 도넛을 만들어 일약 관광명소로 성장했는데, 마침 현재 리노베이션을 위해서 일시 휴점한 상태였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고 휴점한 사실을 알고 많이 아쉬워 하는 듯

Voodoo 도넛 레스토랑과 그 광고


시내 공원에 있는 코끼리 동상을 잠시 구경 하다가 다시 Powell’s book store에 아내의 동종의학 책을 사기 위해 들른다. 왠지  서점들에는 그 나름의 분위기가 있는데, 주말이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꽤 붐볐다. 서울에 갈 때마다 대형서점 들을 꼭 들르곤 하는데, 갈 때 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존 및 인터넷 서점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고, 필요한 지식 정보는 사실 웹 검색으로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음에도 불구하고,사람들은 서점을 좋아한다.  

예의 코끼리 동상


서점에서 나와 Street Car를 타고 Pearl 지구로 향한다. 이 곳 역시 가이드북에는 예쁜 동네로 안내되어 있었는데, 밴쿠버 예일타운의 분위기가 난다. 지나가다가 사무용품점에서 프린터 토너를 사고, 근처 양조장 Bridge Port Brew에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한다.미칠 것 같이 화창한 햇살을 맞으며 커피맛의 Cafe Negro 와 카라멜 향의 Porter Ale을 골랐다. 650CC 파인트 한 잔에 $4.5 씩. 

Bridge Port Bre의 외경.. 아니나 다를까 다운타운으로 들어오는 다리가 한 눈에 보인다


드디어 가로수에 꽃들이 풍성하게 맺혔다.

시내에 있는 시네마 데크


다시 무료 전철 구간으로 가기 위해 도심을 향해 걸었다. 간만의 맑은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 표정도 모두 밝다. 도중에 Anthropologie라는 패션 잡화점에 잠시 들렀는데,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딱히 이렇다할 감흥이 없었다.

여긴 이런 누더기로 기운 소파들을 스타일이라고 해서 판다
거창한 아침에 맥주까지 가득 채워 배가 부르다 싶었지만, 걷다가 보니까.. 아 이젠 뭔가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그래서 유태계 델리 Kenny & Zukes에 들러서 명성이 자자한 Pastrami Sandwich 라는 걸 먹어보았다. 유태계 가게에서 파는 것이니 돼지고기일리는 만무한데도, 돼지고기의 향과 소고기의 질간을 모두 지닌 독특한 맛이었다. 솔직히 이번 여행 도중 외식을 한 것 중에선 가장 맛이 있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출중한 맛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빵과 햄, 피클과 코울슬로 까지 모두 홈메이드로 만든 것이 아주 깔끔했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지나가던 길에 본 건물. 유리창과 건물 색을 하늘색으로 치장을 해서 마치 투명건물처럼 보인다



Street car를 타고 이번엔 포틀랜드 대학 근처에 있는 Farmers market 뱡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폐장한지 오래여서.. 아내 회사 친구들 선물을 사러 다시 도심을 향해 걷기로 한다. 지나가다가 
자유의 여신상에 이어서 세계에서 2번쨰로 큰 청동상이라는 Portlandia를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순수하게 크기에 감동받은 적은 또 처음인듯 싶다. 나 말고도 주변에 그걸 사진으로 담아보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크기의 압도감은 어떻게 해도 사진으로 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는 훨씬 크다

다시 Pioneer Place에 와서 아내는 초콜릿을 고르고 나는 다리를 좀 쉬고 있다. 항상 적당한 선물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틀랜드 시내에 온 김에 다음 번 캠핑을 위한 쌍안경을 구경했는데, 딱히 마음이 가는 것이 없었다. 의외로 
상당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어둡고 시야가 좁았다. 그렇다고 좀 큰 렌즈를 고르자니 휴대성이 
떨어지고… 아무리 세금이 없어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지만 일단 패스!!


우리가 시내에 차를 세운 곳은 마침 구세군 급식소 근처였는데, 끼니 때가 되어서 그런지 전 지역의 노숙인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저들 중에는 소유가 주는 속박을 싫어해서 자진해서 노숙인이 된 경우도 있을텐데, 사회제도가 개선된 다는 것은 노숙인들이 점차로 없어진다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더 노숙인들에게 친화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일까?

다시 집으로 고고씽. 많이 먹은 탓도 있지만, 몸이 피곤해서 딱히 식욕이 없다. 가는 길에 몇 번 장을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갔다가 집 다와서 다시 차를 돌려 세이프웨이에 가서 다음 날 아침 거리- 신라면-를 사왔다. 
발가락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하고.. 씻자마자 누워서 여행기록을 남기기 시작.. 그러다 무한 도전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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