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여행 – 6일차

4월 24일
이젠 완전히 아침형 인간이 된 듯 하다. 딱히 닭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제 깜짝 맑은 날씨가 거짓말 처럼 아침부터 주룩 주룩 비가 내린다. 여행기록을 정리하고, 인터넷 검색을 한다. 아직도 한국 뉴스들의 가장 큰 화제는 서태지 이혼. 며칠 전 사둔 바게뜨가 단단하게 굳었는데, 부스러기를 만들어 새들 모이 통에 넣어 주었다.
좀 놀다 보니 어제 사 놓은 라면 생각이 불현듯이 난다. 한국어가 전혀 없는 신라면 봉지를 꺼내고, 밥을 하는 동시에 마늘 및 파, 계란 등을 넣어서 특제 라면을 준비한다. 라면은 정말이지 위대한 발명품이다. 
식사를 물리고 나서도 여전히 쏟아지는 비. 나는 여행기록을 다시 정리하고, 아내는 자리에 누웠다. 오늘은 근교 관광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기로 해서, 아내는 추천 코스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리해두었다. 
딸기는 나가기 싫어서 이불 속에서 눈만 말똥말똥
대충 비가 멎자 관광을 나섰는데, 대문으로 가는 진입로에 차들이 가득 차 있다. 마침 오늘이 부활절인데, 캐나다에 비해 종교적인 결속이 더 강한 미국에서는 부활절을 좀 더 세게 보내는지, 많은 사람들이 건물 주인 집에 놀러왔나 보다. 가볍게 문을 두드려 차를 좀 옮겨 달라고 하자 건물주 아줌마가 수선스럽게 뛰쳐 나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딸기를 사람들에게 소개 좀 해도 될지 묻는다. 뭐.. 딸기도 이 집 아줌마를 좋아하는 것 같고 해서 OK. 좀 들러서 놀다 가라는 걸 완곡히 거절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지금 가는 곳은 지난 번 갔던 Troutdale에서 강을 건너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있는 전망대와 폭포들이다. 밴쿠버에서 온 우리가 이  곳 자연 경치에 딱히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포틀랜드 근처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우정 찾아오는 곳인 것 같다. Historic Columbia River HWY를 따라 꼬불꼬불 가다보면, 몇 군데 강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들이 나오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이곳 Vista House다. 마침 부활절 연휴라서 그런지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콜롬비아 강을 끼고 들어가는 Historic Columbia River Highway
비구름 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콜롬비아 강
비스타 하우스… 전망대..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래나
Vista House를 지나 Historic Columbia River HWY를 따라 더 들어가면 몇몇 폭포들이 나온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가다보면 볼 수 있을 것 만 같은 흔한 폭포들이 또 이렇게 시간을 내서 놀러올 때 보면 아무래도 감흥이 다르다. 미서부에서 2번째로 크다던가 하는 Multnomah Fall에 들러서 잠시 구경을 했는데, 이 곳은 1.6 Km 정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폭포 꼭대기에도 가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 발 상태가 아직 안좋은 관계로 일단 중간에 있는 다리 까지만 갔다 온다.
Multnomah Fall과 등산로
돌아 올 때는 84번 고속도로를 타고 줄기차게 왔다. 오는 길에 마침 미국에 왔으니 멕시코 음식 한 번 먹어보자 해서 미리 검색해 둔 근처 멕시코 식당 Agave Azul 을 들렀다. 정통 멕시코 식당은 처음 와 봤는데, 메뉴들을 보니 타코, 파히타, 나초, 까사디야 등 익숙한 음식들이 많았다. .. 아.. 그런게 멕시코 음식이었군. 가자마자 일단 마가리따 한 잔 하고, 이 식당에서 직접 만든 나초와 생선 / 소고기 타코, 그리고 나는 매운 새우볶음 요리를 먹었다. 아내는 플란이라는 디저어트 까지 하고..
처음 먹어 본 마가리따.. 알고보니 데낄라 베이스 칵테일이었다.
  에피타니저로 나온 타코. 안에는 간단한 소스가 들어있는데, 무슨 소스인지는 모르겠더만

칠리소스 새우볶음 요리 – 제목 그대로의 맛이었다. 
플란.. 난 먹으면 죽을 것 같아서 통과
돌아오는 도중 아내와 이런 캠핑 여행을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얘길 했고, 좋은 침낭을 사서 가자고 동의를 해서 근처에 있는 Target을 찾아 가 보았지만.. 부활절 휴일로 휴무.(소매점이 성탄절 외에도 쉬다니!!) 그래도 Pet Smart에서 하이킹 때 들고 다닐 수 있는 딸기 가방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우리 노인네를 당분간 보필할 가방
집에 도착해보니, 아침에 뿌려 둔 빵 조각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안됨. 아내가 또 건물 주인집에 가서 얘길 하고 와야 했다. 
여행기록을 남기는 도중, 자연스럽게 다음번 여행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왔다. 아내는 힘을 받아서 5월 캠핑장 예약을 시작하고,
비는 하루종일 쏟아진다. 기록 남기는 걸 대충 마치고 나서 못봤던 위탄과 나가수, 남격 등을 시청하면서 남겨진 와인을 홀짝 마시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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