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포틀랜드 여행 – 8일차

4월 26일

어제 너무 몸을 혹사해서인지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뭐 사실 옥상달빛 신보도 받고 그래서 12시 다 되어 잠에 들었지만). 늦어도 9시에는 출발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10시에나 나갈듯. 이불 개고, 가방싸고,, 등등 시작. 어제 건조기에 돌려둔 빨래가 아직 안말라서 좀 더 돌리고 나서기로. 간단한 집정리도 마치고……
워낙 미국 물가가 캐나다 보다 싼데다가, 현재 캐나다 달라가 US 달라보다 강하며, 게다가 오레곤에는 소비세가 없다보니까 캠핑용품이며, 신발이며 심지어 프린터 토너까지 이것 저것 많이 사들이다보니 올 때보다 짐이 늘었다. 하는 수 없이 여기 저기 구겨 넣고…
막판에 30cm도 안되는 깊이의 진흙에 빠져 갇히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서 아직도 팔다리가 뻐근하지만.. 그럭저럭 재밌는  여행이었다. 건물주 아줌마 한테 감사 편지라도 쓰고 나왔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그것도 잊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오레곤에서 세금이 안붙는 외식 한번 더 하고 가자 싶어서 그레샴 시내에 있는 Jack in the box 에 들렸다. 여긴 패스트푸드 식당이지만 “주문 받고 나서 요리 시작합니다”를 표방하는 신선함이 주무기. 그래서인지 치킨버거는 오히려 KFC보다 맛이 있었다. (칭찬입니다)

여행도중 종종 마주쳤던 건물..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일 줄은 몰랐다

아침이라 손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Regional Manager (로 보이는 사람이) 
왔다갔다 해서 그런지 너무 친절했다.


오레곤 – 포틀랜드 뿐 일지 모르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동안 가졌던 미국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해소되었다.(돌아와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오레곤 – 포틀랜드가 워낙에 그런 동네라는 듯. 텍사스나 아이다호에 가면 전혀 다른 공화당 인간들을 만날 수 있다고) 미국인 하면 보통 거만하고 정의를 빙자해서 폭력을 휘드르고, 총질하고 그런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우리가 묵었던 다마스커스나, 그레샴, 포틀랜드에서 모두 만났던 사람들이 매우 (밴쿠버 보다 훨씬) 친절했다. 그래도 5년 넘게 소매업에 종사했었는데, 저 상냥함이 그냥 의례적인 건지, 아님 진심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않는가. 아마도 저 친절함은 노동환경이 이곳보다 월등히 나아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러고도 어떻게 회사를 굴릴 수 있나. 만나는 사람마다 10년 전 밴쿠버가 생각이 나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마다 5년 전 런던드럭이 생각이 난다. … 어쨌든 이제 집으로 출발!

그동안 밀려두었던 라디오천국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시애틀을 지나서 왔다. 일단 포장된 도로로 나서면 이 차도 나름 잘 달리는 편인데.. 쩝 , 운전 교대를 할 겸, 시애틀 북쪽 근교 휴게소에서 쉬기로 한다.

지나면서 보이는 시애틀

캐나다 들어가기 전에 기름도 채우고 미국에서 마지막 식사도 할겸, 벨링햄에 잠시 들러 가기로 했다. 다운타운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Old Deli Store에서 간단하게 스낵을 먹으려 했는데, 마침 며칠 전에 인상 깊었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가 있어서 그걸 주문한다. 고기는 지난번 포들랜드에 비해 아쉽지만, 소스며 빵은 더 나았던 듯, 앞으로 여행 중에 달리 먹을 곳이 없으면 동네 오래된 델리에 가기로 한다.

파스트라미 … 파스트라미… (밴쿠버에도 찾아 봐야지)

여긴 저렇게 몇 십년된 건물 간판을 계속 쓰고 있는데.. 참 보기가 좋다. 


방금 빵을 먹었지만 습관적으로 저녁을 뭘 먹을지 걱정을 한다. 불현듯 이번 여행에서 조그마한 바베큐 그릴을 하나 사온 것이 기억나서 고등어 한 마리 구워먹자는데 합의.. 그러다 보니 곧 국경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갈 때에 비해 너무나도 수월하게 지나쳤다.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했다. 아 정말 이게 바로 북불복이구나.

아.. 국경까지는 수월하게 왔는데, 밴쿠버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심하다. 역시 밴쿠버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 캐나다라는 나라는 몇몇 대도시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편중 발달 되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인구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캐내디언 타이어에 들러서 우리 차 견인 장비를 찾아 봤지만 별로 마땅한 것이 없다. 이제 저녁 거리 사러 한인 슈퍼에 갔더니, 이면수가 세일 중이었다. 예전에 피맛골 와사등에서 고갈비를 먹던 생각이 문득 나서 낼름 집어 넣었다. 

집에 오는 건 좋지만, 다시 짐들을 죄다 풀고, 내일부터 출근할 준비를 하는 건 여전히 괴롭구나. 짐을 풀고 나서 바베큐에 이면수를 구웠다. 오.. 생각보다 어려운데, 육질이 부드러워서 쉽게 분리되어 불판에 붙는다. 호일을 깔고 굽거나 석쇠가 있어야 할듯. 

아내는 벌써 다음 여행 계획을 잡고 예약을 한다 만다 난리다. 이렇게 일주일 놀러가기 위해 석달을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건가? 이런 답이 안나오는 질문을 몇 년째 계속하면서 내일 출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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