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십년전 당차게 한국을 떠났지만 이민오자 마자 느닷없이 나를 반긴 것은 다래끼였다. 정말이지 마지막으로 다래끼를 앓은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지경이었는데, 아무래도 물과 토양이 달라서 그런지 몸이 감염에 저항을 못했던 모양이어서 다래끼 뿐만 아니라 조금만 상처만 나도 쉽게 곪게 되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 가면 피부에 뭔가가 나고 그런 지경이지만……

근데 그 보다 십년 동안 살면서 언젠가부터 계속 이래저래 병치레를 해온 것 같다.(그러고 보니 아내는 10년간 남편 병수발을 해온 여인이 되는구나.) 먼저 첫해에 악관절이 와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치과개업의인 동서의 충고대로 턱스트레칭을 하고 손에 뜸을 떠가면서 한 달 정도 후에 완치를 했지만 그 후로도 턱에서는 가끔 딱딱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처음 1-2년 간은 끊임없이 편두통에 시달렸다. 아니 편두통은 그 후에도 한 5년간 계속 되었다. 의사 권유로 CT를 찍은 것도 두 번이 되는데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3년차 부터는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신장 결석과 동시에 허리 디스크, 척추측만증으로 나타났고, 그 후로 물을 (무지) 많이 먹고 의식적으로 왼손과 왼팔을 쓰는 버릇을 길러 몸 좌우 발란스를 맞췄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6년차가 되고 나서 심한 편두통과 신경마비-구완와사가 왔다. 허리통증이나 신장결석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왼쪽이었다.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머릿 속은 별로 문제가 없었고, 의사가 내린 처방대로 휴가를 갖다 오고.. (조금 경제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직장을 옮겨 업무환경이 좀 바뀌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곧이어 높은 요산수치로 “통풍” 소견을 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그 동안 내 스트레스 해소의 한 축을 담당하던 “맥주”와 생이별을 하면서  2 – 3년간 식이조절을 해야했다.

그러다, 올해 초 한국에서 사온 <개다래> 덕택인지 요산 수치가 3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 축배로 순대국과, 치맥을 연달아 먹었다. 올해들어 시작한 자전거 타기 덕분인지 몸도 많이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아내의 도시락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목디스크가 와버렸다. 이런 젠장 … 정말 끝이 없구나. 골골팔십이라던데.. 이러다 정말 영생을 누리는게 아닌가 싶다. 심할 때는 스스로 손등에 수지침을 놓기도 하고, 요즘은 매일 네댓번씩 (일하는 도중에도) 목 스트레칭을 하고 밤 늦게 누워서 TV도 안보려고 하고 있는데, 블로그질 등 컴질이나 게임을 오랫동안 못하게 된 게 좀 아쉽다.

그런데.. 얼마 전 목디스크(오십견)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보니 신장병도 그렇고 악관절까지 모두 스트레스에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까칠한 성격이 병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구안와사나 편두통은 당연한 얘기고, 악관절, 허리-목 디스크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량한 자세 및 근육뭉침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방에서 얘기하듯이 스트레스는 몸에 불(火)의 기운을 높여서 신장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결석이 생기거나 요산 분해가 힘들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요가를 할 때 항상 명상으로 시작하고 끝맺는 게 이해가 갔다. 사실은 몸 근육의 피로를 푸는 것보다 마음의 피로를 푸는 것이 처음이자 끝이였던 것이다. 개는 주인을 닮아간다는데,  딸기가 저렇게 지랄견이 된 것을 야단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딸기가 먹고 있는 스트레스 치료 허브를 먹어야 할지도…

여하튼 10년간 살다보니.. 이제 한국 명절보다 이곳 명절이 되면 더 가족 생각이 난다.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가족끼리 칠면조를 먹는다는 얘길 듣게되면, 왜 한국에 살 때는 그렇게 명절 치르는 게 싫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는 게 다 그렇듯이,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를 하면서 사는 것 어렵다. 여기 젊은 애들도 명절에 가족들끼리 만나 저녁을 먹는 게 귀찮기도 하겠지.. 암튼 모두들.. 명절에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말고, 메리 추석.. 해피 땡스기빙

2 thoughts on “만병의 근원

  1. 바람

    결국은 흔한야그지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네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질수있고 반대로도 맞는거같고..
    밸런스가 참 중요한데 쉽지않은거같아요.
    진짜 딸기야그 읽다보니 문득..가족끼리 또 서로간에 영향을 끼치기마련이니..
    서로에게 건강한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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