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주변에서 퉁명스럽게 선문답을 내뱉는 영감님들을 만난 적이 있나요. 이 다큐애서 나오는 미야자키옹의 모습이 제 주변의 누군가와 너무나 꼭 닮아서 시종일관 웃으며 봤습니다. 영화는 크게 보면 바로 “바람, 불다”의 제작기를 딤은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작 과정 중에 미야자키옹의 은퇴 선언이 있다보니, 당시 그의 심경이 어땠는지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되었죠.
해질무렵이 되면 옹기종기 옥상에 모여 낙조를 구경하는 스튜디오 스탭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강 청소를 다닌다는 미야자키옹
책상 옆에 붙어 있는 원전 반대 구호
2008년 부터 만들었다는 “대불황” 사진첩
오늘날, 인간의 꿈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은 저주 받았다
말하자면, 영화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 가치 있는 것인가? 단지 비싼 취미활동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쓰레기들이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어
우리도 조금씩 제제를 받는 것 같아
NHK부터 시작해서, 특정 소재에 대해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있고.. 정부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창작 자유의 시대는 끝이 난 것 같아
담당 PD가 새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자 고로는 그걸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PD가 널 위해서라고 하자 발끈한 고로, 속내를 털어놓는데..
“난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냐”
내 능력이나 경험이 불안할 때도 많고, 지브리가 아니라면 애니메이션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
난 회사를 위해서 연출을 하는 거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사람이 반평생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죠. 미야자키옹 본인은 “지브리는 뭐… 어떤 비행기 이름을 따서 지은 거야.. 별 다른 의미는 없어. 이름일 뿐이라고”라며 얘기를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깊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뭐.. 다른 것 바라는 건 없고, 본인이 “원령공주”나 “바람,불다”에서 주지해온 것처럼, 살아만 계셔주면 고맙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