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변엔 좌파가 많고 리버럴은 그보다 많고, 적지만 자유시장주의자도 있다. 조국 지지나 조국 수호에 동의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비판적이거나, 매우 비판적이었다. 마음이 안 좋은 건 그 소란 통에 상처받은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에게 서툰 위로를 하려들 생각은 없다. 다만 그들이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만은 말해주고 싶다. 동무라 믿은 사람들이 조국 지지와 조국 수호를 외치는 풍경은 당신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상황을 거꾸로 보고 있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조국을 지지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 말이다. 그 사람들이 조국을 지지한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을 조국이 대변/대표할 뿐이다. 민주화 이후 체제 내화 하여 진보 코스프레로 기득권을 추구한 끝에 결국 기존 기득권 세력(수구 기득권 세력)을 압도하는 지배 기득권 세력이  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당신을 배신하거나 상처 준 적 없다. 당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그들을 동무라 오해했을 뿐이다. 번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들의 진실한 동무는 삼성일 순 있으되 적어도 당신은 아니다. 훌훌 털고 당신의 길을 가길 빈다.

김규항, 규항넷. 2020 May 11. 원문 : http://gyuhang.net/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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