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중요성

차박을 시작하고 아내가 매 주말 알람을 맞춰가면서 주립공원 캠핑을 예약하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롤리 호수 주립공원 캠핑장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보통 예약이 열리기 시작하는 시간 (아침 7시)이 되면 첫 1, 2초 만에 포트코브나 앨리스 호수 전기 사이트들은 순식간에 동이 나게 되고, 이걸 놓치고 나면 가까운 골든이어즈나 다른 주립공원 캠핑장을 알아보는데, 어쩐 일인지 항상 롤리 호수 캠핑장에는 빈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저 캠핑장은 정체가 뭔데 저러지?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바닷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프 사이트에서 호수가 직접 보이는 것도 아닌데, 어찌 저렇게 예약이 금방금방 다 찰 수 있는 걸까? 심지어 인터넷 리뷰들도 죄다 90% 이상이었다.

그러던 중, 2019년 노동절 연휴 캠핑 계획을 잡으면서, 아예 이번에는 포트코브나 앨리스 호수를 포기하고 처음부터 롤리 호수에 집중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다행히 예약에 성공해서 이렇게 한번 가보는구나 싶었다. 9월 중순에는 토피노로 장거리 – 장기 캠핑 여행을 갈 예정이었어서, 겸사겸사 RV 점검도 할 겸, 그냥 푹 쉬다 올 생각이었다. 연휴라서 3박 4일 캠핑 예약을 했지만, 연휴 주말 금요일 저녁에 트레일러를 끌고 고속도로에 갇혀 있을 생각을 하니 급 우울해져서, 차라리 하룻밤을 날리더라도 토요일 아침에 일찍 가기로 했다.

캠핑장의 첫인상은 뭐랄까… 주립공원 같지 않고 그냥 시영 캠핑장이나 민영 캠핑장 같다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광역 밴쿠버의 주립공원 캠핑장들이 깊은 산속 울창한 숲속에 만들어진 것에 비하면, 뭐랄까.. 좀 작고, 소박하고, 황량하다는 느낌이었다. 딸랑 60여 개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작은 캠핑장이지만, 그래도 나름 숲속에 만들어진 캠핑장이고 사이트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좀 노출이 많이 되어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고 보니, 사이트에서 도로와 접해 있는 면에는 큰 나무들은 없고 최고 허리 높이의 작은 나무 들이나 풀들만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좀 더 철저한 공원 관리를 위한 것이었다.

다른 주립공원 캠핑장도 순찰 차량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한 시간에도 여러 번씩 (최소 한 번씩은) 다니는 공원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순찰 차량들이 주로 하는 일은 캠프 사이트 감시여서, 음식물이나 바비큐 도구처럼 야생동물들을 유인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되어 있다면 그것들을 임의로 수거해 갈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일상적인 순찰 활동 외에도 소음 수준이나 모닥불 크기까지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주립공원 캠핑장에서는 모닥불 화로가 보통 사이트 입구에서 가장 먼 반대편에 세팅되어 있는데, 이 캠핑장에서는 화로마저 사이트 입구나 도로 쪽에 배치해두어, 순찰 차량이 지나가면서 모닥불 크기를 체크할 수 있게 해 두었던 것이다.

여기에, 샤워실 – 수세식 화장실 관리도 매우 철저해서 내부시설들은 노후했지만, 작동이 다 잘되고 있었고 (2021년 가을에 갔을 때는, 남자 화장실 손 건조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위생 상태도 매우 깨끗했다. 단 60여 사이트가 있는 캠핑장에 샤워실이 단 한 군데밖에 없지만, 300여 사이트에 단 2개의 샤워실을 가지고 있는 국립공원 캠핑장에 비해선 나은 편이고, 광역 밴쿠버 내의 다른 주립공원 캠핑장들과 비교하더라도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청소 시간이 다른 캠핑장들에 비해 확연히 길어서 남성 / 여성 샤워실을 합쳐서 1시간 넘게 청소를 했다.

여타 다른 캐나다 문화처럼, 주립공원 캠핑장 관리 역시 현장 관리자의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은 편인데 (실제로 주립공원 규정에 현장 직원들이 직권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음), 예를 들어 사이트당 차량은 한 대까지, 텐트는 두 채까지 허용하게 되어 있고, 차량이 한 대 더 추가되면 추가 요금을 징수하도록 되어있지만, 보통 성수기 연휴 주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때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체크 아웃 시간도 보통 11시까지 되어 있지만, 비수기에는 좀 더 오래 뭉그적거리더라도 별말 안 하기도 한다. 어차피 캠핑 온 사람들도 편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온 것이고, 서로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건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이곳 롤리 호수는 아주 규정 그대로 관리를 했던 것이다.

같은 관리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주립공원 캠핑장 (예를 들어 골든이어즈 주립공원이라든지)과 비교하더라도, 롤리 호수 주립공원 캠핑장의 관리 수준은 확연히 엄격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이런 점이 이곳 캠핑장의 인기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롤리 호수에는 아동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캠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보였다. 아무래도 철저한 관리 시스템에서 좀 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오전 내내 RV를 점검하고 정수기 필터를 갈 때가 된 것 같아서 새로 주문을 했다. 오후부터 날이 계속 흐리고 비가 내릴 예보가 있어서, 대낮부터 벌이던 술판을 접고 황급히 산책에 나섰다. ‘롤리 호수 (Rolley Lake)’까지는 캠핑장과 산책로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곧바로 ‘호숫가 산책로 (Lakeside Trail)’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 바퀴 40분 코스라고 하는 ‘호숫가 산책로’는 호수를 둘러싼 숲을 관통해서 만든 길이기 때문에, 사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주변을 걷는 보드워크 (Boardwalk)는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죄다 숲길이었다. 그래도 산책로에는 자전거가 금지되어 있었고, 여기 호수에는 모터나 엔진을 단 보트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나름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가 있었다.

롤리 호수의 캠핑장 반대편에는 당일 피크닉을 위한 주차장과 테이블들이 있는데, 성수기 주말에는 많은 지역 사람들이 와서 수영도 하고 파티도 하고 한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서 돌다 보면 아담한 해변 앞으로 사람들이 왁자지껄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팬데믹 동안에도 마찬가지여서 2020년에 갔을 때는 적잖이 놀라기도 했었다. 그땐 산책로에 한쪽 방향으로만 이동하라는 화살표도 있었지만, 사실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지침이라 아무도 따르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듯이, 화살표대로 가려면 산책로에 발을 디디는 순간 무조건 40분짜리 한 바퀴를 돌아야 했으니까)

근처 ‘미션 (Mission)’ 시내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데, 주립공원 자체가 산 중턱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그런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골든이어즈 주립공원으로 캠핑 갈 때보다 주변 관광이나, 식료품 쇼핑을 하러 나오는 것이 왠지 더 수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 당시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보통 미션에 갈 때마다 참새 방앗간처럼 빠지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 바로 웨스트민스터 사원 (https://westminsterabbey.ca/) 인데 고즈넉한 수도원 분위기도 좋고,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와서 프레이저강 주변으로 오밀조밀 형성된 미션 시내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수도원의 성당 (좌)과 산책로 끝에 있는 전망대 경치 (우)

미션과 메이플릿지에는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가져다 파는 ‘M 농장 마켓’이 있는데, 여기서는 목초 사육 / 방목 소고기 (Grass Fed Beef)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https://meridianfarmmarket.ca/grass-fed-steak/). 아… 이 정도로 괜찮은 가격이면, 안심 (Tenderloin, Filet-mignon)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그건 역시나 비쌌다. 다른 고기 가격들은 다 8oz~12oz 덩어리당 가격을 붙여 놓았는데 안심만 100g당 가격을 써 놓아서 헷갈렸다. 두 덩이에 $70이 넘는 가격을 보고 깜놀했던 걸 눈치를 챘는지, 포장을 해서 가격표를 붙여준 정육부 직원이 정말 살 것인지 재차 물었다. 아마도 매장 어딘가에 내팽개치고 도망갈까봐 걱정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담담한 얼굴로, 그리고 겸손하게, 다른 부위의 고기로 달라고 부탁했다.안심을 못 먹어도 캠핑은 씐나


롤리 호수 주립공원 (Rolley Lake Provincial Park https://bcparks.ca/explore/parkpgs/rolley_lk/) : 메이플릿지 (Maple Ridge)와 미션 (Miaaion) 경계쯤에 있는 주립공원으로, 밴쿠버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보자면 동쪽으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메이플릿지를 거쳐 ‘듀드니트렁크 길(Dewdney Trunk Rd)’로 가다 보면, 240th St. 지나서 왕복 2차선 길로 바뀌는데, 이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더 들어가다가 표지판 따라 좌회전해서 3분 정도 더 가면 공원 입구가 나온다.

앨리스 호수 주립공원이나, 골든이어즈 주립공원과는 달리 산 중턱에 위치한 공원이 아니어서, 초봄이나 늦가을에 캠핑을 하더라도 비교적 덜 춥게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는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소음이나 모닥불 크기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그만큼 강한 팬덤이 있어서 성수기 예약이 어렵기로는 광역 밴쿠버 캠핑장 순위권에 꼽힌다.

가까운 시내 : 미션, 메이플릿지

광역 밴쿠버로부터 접근성 : 3/5

이동통신 / 데이터 : 가능 (호숫가 쪽 사이트가 더 수신감도 높음)

프라이버시 : 3/5

수세식 화장실 / 샤워실 :있음

시설 관리 / 순찰 : 5/5

RV 정화조 : 있음

RV 급수 시설 : 있음

캠핑 사이트 크기 : 3/5  ~ 4/5

나무 우거짐 : 3/5

호숫가 / 강변 / 해변 : 있음

햇볕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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