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싸보내고..
정말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낮에는 출국 전까지 해야할 일들… – 국민연금, 환전, 국제운전면허 덩덩… – 을 해치우고 있고, 저녁에는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 출국신고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이지 춘천이후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노트북에 스케줄을 기록한 후 버스 안에서 체크를 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것 투성이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무슨 일이라도 하시기 전에 너무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버릇을 편집증이라고 질색을 했었는데.. 이젠, 나 역시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 항상 두 가지 이상을 흘리는 나이가 되었다.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다닌다. 크게 애니메이션 동료들, 대학 동창들, 고교동창들이고.. 어쩔때는 1년 이상 연락 한 번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의례적으로 출국신고를 한다. 마치나 1년이상 책장에서 꺼내지 않았던 책들을 짐 속에 집어넣는 것 처럼 말이다. 그래봤자 뭐 달라지는게 있겠냐마는,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여섯글자가 애틋하게 한다. 뭐.. 이미 지구는 1일 생활권으로 바뀌었고 세계는 MSN메신저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떠난다고 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돈을 쥐어주고 있다. 몇 십만에서 몇 백만까지…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헐벗고 어렵고 보였는지… 첨엔 당혹스럽기도 했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종의 VANCOUVER TOUR FUND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출국신고를 하면서, 꼭 뱅쿠버에 놀러오라고, 숙식에 가이드까지,., 라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빼놓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이 자금을 바탕으로 투어펀드를 키워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