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통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 닥쳐서 심하게 당황하게 된다. 이런 준비도 안된 상태에 영어 통화라니.. 게다가 카드 회사 직원이랑.. Sorry? Sorry를 반복하면서 통화를 하는데 워낙 빠르게 얘기하는데다가, 현금과 관련된 부분이니 긴장이 되어 더 안들린다. 더욱이 카드 신청은 은행의 Ms 손이 직접 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허다하다. 개인 신상확인을 위한 질문을 계속 해대는데 버벅버벅 대답한다. 먼저 카드 명의자 성명과, 카드 번호, 카드 한도(이건 전혀 뜻밖의 질문이었다.. 한국 사람 그 누가 자신의 카드 한도를 외우고 다닌단 말인가!!), 카드 신청일자(이것도 내가 한 게 아니라서 전혀 모르는 것.. 하지만 아까 은행에서 잠깐 얘기들은 것을 가지고.. 대답한 것이 우연히 맞아들어가게 된다), 유효기간(이걸 물어보니 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지…).. 등을 대답하자 카드 승인이 되었으니 지금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에고…
전화가 개통된 기념으로 여기저기에 전화를 넣는다. 벌써 2시가 다되었다. 코리아 해운의 현지법인인 에이팩스에 전화를 걸어보니 마침 이 근처로 나오겠다고 한다. 서류를 복사해서 가지고 오면 서류와 수표를 직원이 와서 받아가겠다고 한다. 코퀴틀람까지 물어물어 찾아가야 할 일이 줄어든 것이다. 근처 사무용품점에서 서류카피를한 후에 스카이 트레인 노선 건너의 아파트 촌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서류 및 수표를 무사 전달.. 그러다보니 벌써 3시가 훌쩍 넘어갔다. 일단 아파트 관리인에게 늦겠다고 전화를 한 후에, 다시 고가철도와 메트로 타운을 지나(여기서 잠시 아내의 쇼핑이 있었고, 벤치에서 기다린 나는 졸고 있었다. 이젠 딸기가 귀엽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대꾸하는 일도 힘들어진다. 아까의 카드회사와 느닷없는 통화에 너무 에너지를 쏟은 탓에 많이 피곤한 상태인 것이다. 아예 딸기가 안보이게 딸기 가방을 돌려놓는다) 버나비 한국인 촌으로 찾아간다. 여기에 인력자원국과 의료보험공단이 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의료보험부터 처리하려고 했지만 이미 4시가 다 된 상태여서 업무가 종료되었을 거라고 한다. 다시 인력자원국으로 … 하지만 여기서도 사회보장번호 발급은 3시3분까지 종료.. 음.. 허탕을 쳤다. 에고 팔다리 어깨가 아파온다.
일단은 아파트 관리인과 5시에 약속을 했으므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오늘처럼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날에는 스카이트레인 Day Pass가 쓸모있다. (이곳의 대중교통료는 정말 비싸다.. 1일 패스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6천4백원… 하지만 이런 식의 계산은 스트레스만 더 안겨줄 뿐이다) 뉴웨스트민스터를 지나 콜롬비아 역에 내려서 걸어서(심한 오르막이지만) 5분 정도 지나니 집이 나온다. 이 정도 교통의 편의성이라면 결코 비싸지 않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뭐.. 전망도 나쁘지않고 일반적인 시설이 다 마련되어 있다. 가능하면 이 집으로 결정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다운타운에 들러서 인터넷을 좀 뒤져볼 생각이었으나 너무 몸이 피곤하다. 걍 숙소에 가기로 한다. 전화 배터리도 떨어져서 충전이 필요하다. 뭐.. 인터넷은 천천히 하지 머.. 하는 생각으로 일단 샌드위치를 사서 숙소로.. 숙소에 도착하자 관리인인 게이꼬와 블랙독 마야가 반겨 맞아준다. 음.. 아무래도 놀러 온 기분이다. 계속 이런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숙소 주인인 사라가 구어놓은 쿠키를 먹으며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고 샤워를 한후 피곤한 몸을 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