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의 반격

장기하의 노래가 빛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재 어렵게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현실을 따뜻하게 위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는 거대 이론이 잇었고, 모든 청춘들이 그 거대 이론들에 꽃혀 젊음을 불사른 적이 있었다. 누구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읽고 국가 경제 신화 창조를 위해 투신하였고, 또 어떤 이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를 읽고 참 자유 평등을 위해 몸 바쳤지만, 어느 날 경제위기가 터지자 그 거대이론의 주창자들은 배임, 횡령 혐의로 도피생활을 하거나, 자신들의 이상을 접고 신자유주의에 투항 하게 되었고, 그들을 따르던 추종자들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가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없잖어].
그런 허풍에 이끌려 자신들의 2~30대를 헌신했지만, 결국은 하루 하루를 견뎌내면서 사는 생활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악착같은 경쟁력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일단 한번 뒤쳐지게 되자, 그냥 자신의 골방에서 혹은 처마 밑에서, 낮게 깔린 하늘을 바라보며 무기력한 삶을 자폐적으로 이어가게 되고 [싸구려 커피], 막상 용기를 내어 문을 나서더라도 미친 속도로 흘러가는 세상에 멀미를 느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말하러 가는 길]. 그리고 처음에는 마냥 받아들이기 고통스럽기만 했던 현실에, 이젠 점차 화가 나기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이 모양으로 몰았는지는 몰라도, 당장 멱살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다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
시간이 흘러, 이젠 제법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알게되었다. 하루하루 숨막히는 속도를 쫒아가며 재산 증식에 몰두하는 친구들에게, 천천히 즐기며 가난하게 살자고 조언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느리게 걷자]. 그리고 “도대체 아직 왜 그 모양으로 살고있냐? 언제 어른 될래?” 라고 훈계하던 변절자들에게, 내가 사는 모습에 만족하면서 산다고 당당하게, 그리고 아주 통쾌하게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별일 없이 산다].
이런 절절한 얘기를 뽕삘나는 리듬이나, 송골매식 반주와 보컬, 때로는 질척한 레게 리듬으로 주절주절 읊어대니 어찌 안좋아할 수가 있나.
짤방은 역시 귀차니즘으로 또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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