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노래부터 한 곡
일전에 신해철이 사교육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피력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표하거나 비웃은 적이 있었다. 나 조차도 나름 무관심한 척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의 어처구니 없는 변명 논리 전개에) 울컥한 적이 있었는데, 쿨하기로는 둘째가기 서러워하는 진중권 의사께서 이 때 한마디 했다. ” 원래 광대는 임금님 감투 위에서 노는 걸 허락 받은 존재다. 우리 나라 연예인들은 너무 군기가 들어서 좀 안쓰러운 면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대에게 너무나 가혹한 도덕률을 요구한다는 셈인데, 그건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뭐 진중권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연예인들을 많이 우상화 한다거나 그들의 말에 너무 권위를 실어주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뭐 다 좋다. 아무리 딴따라 연예인이 되었건, 고상한 화가나 시인이 되었건 간에, 사실 그들 모두의 생각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그들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으로 완벽하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물론 그들의 비도덕성과 사상적 우둔함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나 혼자 개인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권리행사라고 할 법하다. 때문에 진중권의 요지는 “(좀 한심하게 보이더라도) 좀 널럴하게 봐 주자”라고 한 것이지, 그들의 생각에 찬성하거나 비판을 멈추자고 한 것이 아니다.
며칠전 송창식이 부른 <푸르른 날>을 들으면서 몇 해 전 타계한 서정주가 생각이 났다. 일제의 편에 서서 참전을 독려하는 글을 쓰는 등의 행각으로 인해 친일파라는 오욕을 짊어지고 살았지만 (물론 해방 이후 타계까지 남한 정권으로 부터 훈장을 받는 등 그 몇 백배로 각가지 영예를 얻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탄을 하거나 거부를 하기엔 <국화 옆에서>나 <푸르른 날>과 같은 그의 작품은 너무나 가슴을 떨게 하는 것이었다. . 마치 칠보시를 읊은 조식을 용서해준 조비의 마음처럼, 서정주의 빛나는 재능은 단지 친일파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서정주나 홍난파와 같은 사람들이 해방 후 반민특위 등의 활동을 통해서 철저하게 죄과가 파헤쳐지고 그로 인한 처벌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과오를 공개 사과하고, 반성에 준하는 행동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그럼 왠지 그 사람들의 작품활동에 대해서 만큼은 좀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지 않았을까? 스트라우스나 바그너와 같은 사람들의 작품이 나치 협력 전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만큼 인간으로서 그들의 과오가 명료하게 밝혀진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닐지.
(뭔 얘긴지 나도 모를 정도로) 두서없지만, 하고 싶었던 얘기는.. 딴따라 들에게 너무 책임을 지우지도 말고 권위를 부여하지도 말자는 거지 머. 그리고 어떤 인간이 무슨 짓을 했건 간에, 그 인간들에게 손가락을 할 지언정, 만일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 있다면.. 그걸 마음껏 즐겨주자는 거고. 덧붙여, 대중예술가에게 개방하지 않는 국립 <예술의 전당>이 존재하는 이 시대와 비교해서, 30여년 전에 자신의 대표작을 대중 가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서정주의 쿨함에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