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picable Me (2010)

작년 <UP> 이후 극장에서 관람했던 애니메이션 들에게서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경우는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보는 내내 심기를 건드렸고(실제로 극장 안에서도 아이들이 팝콘을 던지면서 관람), <포뇨>의 경우도 왠지 너무나 소품 같은 느낌이… 얼마 전 본 <토이스토리 3>도, (다른 사람들은 많이 좋아들 하더만) 쟤네들은 아직도 저 모양 저 꼴인가.. 하는 지루함마저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제 애니메이션을 순수하게 즐길 수 없게 된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Despicable Me>보게 된 건 순전히 포스터 탓입니다. 극장 예고편 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그래도 포스터에서 풍기는 포스가 왠지 잘 만들어진 서스펜스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었거든요. 누가 봐도 그건 알프레드 히치콕의 실루엣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비록 애들 영화의 껍질을 빌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왠지 “뭔가”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뭐..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지만요. 제 지식이 일천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나 교묘하게 “뭔가”를 눈에 띄지 않게 장치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건 그냥 포스터 이었을 뿐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척 산만하다고 느꼈지만) 여하튼 관람분위기는 시종일관 좋았습니다. 특히 미니언들의 슬랩스틱(이라기 보다는 초기 무성영화에서 처럼 서로 때리기..) 개그코드가 북미 아이들에 잘 먹히는 것 같더군요. 영화의 내용은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이제 아런 정도 안티히어로로는 크게 신선함을 주지는 못할 것만 같습니다. 스티브 카렐은 (동구권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엑센트로 많이 찬사를 듣는 것 같은데, 딱 거기까지 입니다. 물론 마이클 스콧의 카리스마를 극장에서 – 그것도 애니메이션 더빙에서 기대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겠죠. 제이슨 시걸도 아무런 특색이 없어서 안타까왔고, 오.. 줄리 앤드류스는 아예 존재감이 없어 보입니다.
뭔가 새로운 구성일 수도 있겠지만, (픽사의 굵직한 스토리 라인에 길들여진) 저한테는 이런 식의 구성이 산만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미니언들의 슬랩스틱에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인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좋아했었지만) 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마치 <아이스 에이지>에서 (메인 플롯에서 벗어나) 스크랫이 도토리를 노상 따라다녔던 것이 연상되더군요. 그래서였나요? 한국수입사에서는 마치 <아이스에이지>의 제작진들이 만든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것 같던데, 당장 제작사와 배급사마저 다른 영화를 어떻게 그렇게 갖다 붙힐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한국 개봉 제목은 <슈퍼배드>네요. 한국에서는 조나 힐과 마이클 세라 주연의 <Super Bad (2007)>가 어떤 제목으로 개봉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만일 개봉을 안했었다면… 정말 아쉽네요. 21세기 청춘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반드시 3D로 봐야하는 작품입니다. 제작진들이 플롯은 신경안쓰고 3D 효과만 신경을 썻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엔딩 크레딧 까지 3D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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