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직장의 고용형태와 취업준비

캐나다 직장의 고용 유형에 대해 잠깐 얘기할게. 먼저, 고용 유형이라고 하면 급여 시스템과 업무 시간, 그리고 고용 계약 등에 따라 각각 다른 분류가 있을 수 있다고 봐.

일단 급여 시스템에 따른 분류를 크게 나누자면, 시간당 급여를 주는 (Hourly paid) 고용과 연봉제 (Salary) 고용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업무 시간에 따른 분류로는 풀타임과 파트타임이 있을 수 있겠지. 물론 시간당 급여 베이스와 연봉제, 두 가지 모두 고용 계약에 따라서 계약직이 될 수도, 혹은 종신고용 형태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예를 들어서, 10만불 연봉제 고용이지만, 1년 계약직으로 주 16시간씩만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대학 교수가 있을 수도 있고, 시간당 20불 받으며 주 40시간 일하는 풀타임 정규직도 있는 셈이지. 하지만, 대개의 연봉제 직종은 고위 관리직이나 전문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풀타임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잔업을 해도 잔업수당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반대로 시간당 급여 베이스 고용의 경우, 애초에 노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서 그만큼 파트타임 근무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 편인 거지.

어느 회사든지 상위 관리직이나 전문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종이 시간당 급여 시스템인 경우가 많아. 주 40시간이 되었든 35시간이 되었든, 몇 시간을 일 하는 것이 풀타임이라고 하는지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많은 노동자가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시간제 노동을 하고, 2주마다 급여를 받으면서 일한다. 연봉제에 비해서 시간당 급여 베이스 근무의 장점이라면, 잔업이나 휴일근무 등 정규시간 외 노동에 대한 추가 보상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편성이나 급여 등 보상 시스템을 손쉽게 할 수 있겠지.

대개의 소매업, 고객 서비스 업종의 경우, 최전선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시간제 노동 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더라구. 여기엔 최저시급을 받는 소매업 종사자 및 호텔, 레스토랑 노동자나, 30~40불 이상을 받는 도서관 사서도 포함되고 시간당 100불을 넘게 받는 수술실 간호사도 포함되고 그래.

파트타임의 단점은 상황에 따라서 근무시간이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회사의 입장에서도 역시 직원들의 개인 일정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스케줄을 짜야 한다는 점이 있을 거야. 다시 말해, 고정인력이 보장되어 있을 때에 비해 돌발상황 대처가 어렵다는 점이 있겠다.

그 밖에, 회사에 따라선 파트타임인데도 한 주 최저 시간 (보통 최저 28시간)을 보장받고, 풀타임 노동자의 혜택과 동일한 복지를 제공하는 RPT (Regular Part Time, 정규직 파트타임)를 운영하는 곳도 있어. 또, 파트타임 중에서도 근무시간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캐주얼 파트타임 (Casual Part Time 또는 Auxiliary)의 고용형태도 있다. 마지막으로, 출산 휴가 등, 빵꾸 난 근무 일정을 메우기 위해 그날 그날 전화 받고 출근하는 온콜 (On Call)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온콜 스케줄 역시, 직원들 휴가 일정에 맞춰서 미리미리 만들어 두고는 있는 편이야. 물론 온콜 파트타임 직업에도, 최저시급을 받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노동자도 있고, 갓 교원자격증 딴 선생님도 있고, 고액 소득의 수술 전문 간호사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거지.

상호 간의 최저 노동시간에 대한 약정을 제외한, 파트타임과 풀타임의 차이점을 들자면, 아무래도 복지 / 휴가와 같은 급여 외 혜택이 있겠지. 회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직원-풀타임의 복지가 파트타임 직원에 비해서 우월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캐나다 직장의 정직원 복지 혜택에는 공공의료보험 (현재 BC 주는 의료보험이 전체적으로 무료), 그리고 (공공 의료보험 과는 별도로) 부수적인 의료보험 (치과, 처방약, 안과, 안경, 물리치료, 한방, 마사지 등으로 회사 마다 혜택의 범위나 최대 금액까지 엄청난 차이라 있다), 휴가, 병가 및 그 밖 보너스 휴일, 개인 은퇴연금 등이 있어. 파트타임 역시 의료보험이나 휴가와 같은 혜택을 다 받고 있지만, 보통 회사들 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차별을 두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어, 회사 입장에서 민간 의료보험 회사와 계약을 한다고 할 때, 직원 일인당 일년에 2천불을 보험비용으로 지급한다고 하면, 일년에 2000시간 일하는 풀타임 직원과, 50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 간에는 차이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거지.

특히 캐주얼 파트타임의 경우 연간 근무시간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관계로, 연차 휴가비용이나 의료 보험 같은 걸 그냥 페이 체크에 추가해서 받는 경우가 많아. 말하자면, 1년 근무에 3주 휴가라고 한다면, 시간당 급여에 6%를 추가해서 휴가비를 받는 식이야. (시간당 20불을 받는다면 휴가비 포함해서 21.2불 지급). 이런 경우 추가적인 의료보험 역시 연간 비용 / 2000시간으로 계산되어 추가로 포함되기도 하는 거지.

이렇게 각종 혜택 비용을 계산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제 급여 시스템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되면, 일할 때는 왠지 생각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막상 여름에 놀러 가려면, 휴가비가 별도로 지급이 안되기 때문에 휴가 갈 엄두를 못 내는… 그래서 못 놀고 일만 하게 되는 그런 노동환경이 되는 거야. 때문에, 노조에 따라서, 혹은 몇몇 노동자 복지 우선인 직장의 경우 캐주얼 파트타임 직원들에게도 휴가비를 별도로 계산해서 지급하고, 매년 휴가를 반드시 가야 하게끔 계약을 하는 곳도 있긴 하더라.

어찌 되었든… 나름대로의 기록을 위해서, 그리고 장차 밴쿠버에 맨손으로 이민 와서 현지 직장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몇 마디 남기자면, 사실 취업 클럽 같은 곳에서 가르치는 이력서 쓰는 법, 인터뷰하는 스킬 등이 취업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봐. 다시 말해서 회사 입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력서를 얼마나 인상적으로 쓰고 (음.. 근데,. 이력서를 한 장으로 줄여서 내는 건 중요하다 그들은 몇 백 통을 읽어야 하니까), 인터뷰를 얼마나 유쾌하게 하는가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이기 때문이지.

역으로 말하자면, ‘어느 회사에서 지금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건데,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야. 특히 요즘처럼 채용 공고 문구 하나 만드는 데에도, 혹시나 차별적인 문구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문구가 있는지가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된 세상에서는, 채용공고만 봐서는 도대체 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때가 많거든. 채용공고 안에서는 ‘경력 많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냉동 수리 기사’를 뽑는다고 써있다 하더라도, 실제 그 사무실에서 원하는 사람은 ‘젊고, 영어 잘 하고, 컴퓨터 활용능력이 높은 사람’을 찾고 있을 수 있다는 거지.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그런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대개의 구인 구직이 아는 사람 연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실정이야. 때문에, 직접적인 소개가 아니라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을 통해서라도 어떤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는 거지.

캐나다라는 나라가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고, 신규이민자가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정보 접근성에 있어서의 불평등’만큼은 다른 나라한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봐. 뭐, 사실, 캐나다 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 역시, 이러한 정보 접근성에 있어서의 불평등이 취약계층을 더욱 더 소외되도록 만들고 있는 현실이니까.

좌우간 이런 정보 취합을 위한 활동이 취업의 제1순위가 되는데, 자원봉사 또는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임시 직장 (우리의 경우 B 섬에서의 친구들이 많이 도움을 주었다) 을 얻어서 인맥을 쌓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사실 가장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기도 해. 취업을 위해서 취업을 해야 하는 방법이니까.

그리고, 모든 매체 및 인터넷에 공개되는 구인정보에 매일매일 관심을 가져두는 것도 중요한데, 가장 지루한 작업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거든.

이렇게 닥치는 대로 모든 정보를 모으다 보면,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에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자신의 취업 목표를 미리 몇 단계로 좁혀두는 게 중요하더라. 제1 지망 제2 지망.. 이런 식으로 말이야. 이렇게 목표를 세울 때에는 당연히 자신의 적성과 경력 등이 고려되는데, 취업지원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적성검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16문항 짜리 MBTI 말고) 등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 캐나다 노동부나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예를 들어 https://www.canada.ca/en/employment-social-deve lopment.html 라든지 https://www.workbc.ca/ 같은 곳) 를 통해서 그 직업의 전망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여기까지는 그냥 개론이었고, 밴쿠버에 집중해서 말을 해보자면, 밴쿠버는 정말이지 제조업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동네야. 기본적으로 관광객이나 유학생, 혹은 돈이 많은 주민들이 소비하는 걸 받아서 버티는 동네라서, 대부분의 산업들이 소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그래서 관광, 외식업, 소매업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밴쿠버의 주력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거야. 따라서 만일 자신의 취업 목표 (Job Target)를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첫 직장을 고려한다면, 어떤 직종이 자신의 최종 목표라 할지라도, 소매업이나 외식업과 같은 고객 서비스 업종을 피하기는 힘들 거야.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서 고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졸업한 친구들 조차도, 보통 고객 서비스 업종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더라구. 이곳에서 사람을 고용할 때 중요시 여기는 자질들이 바로 ‘팀워크’, ‘신뢰도’, ‘현장 경력’, ‘일에 대한 열정’ 등인데, 종종, 이런 일반적인 자질들이 그 직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지식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기도 하거든. 그리고 이런 자질들은 굳이 관련 업종에서 훈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반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업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하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어.

그리고, 현지 인맥이나 영어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민 1세대의 경우, 보다 보수적인 직장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보수적인 직장에서는 지원자 자체의 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학력이나 자격증 등, 서류에 근거를 남길 수 있는 것에 우선적으로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더라구. 대부분의 한국 출신 독립 이민자의 경우, 서류에 남길 수 있는 경력이나 학력을 봤을 때는 현지에서 대학 갓 졸업하고 취업하는 애들에 비해 전혀 꿀릴 것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작고 내실 있는 기업보다는 덩치가 큰 공룡 같은 기업에 지원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뜻이야.

또한,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 첫 직장으로 보통 고객 서비스 업종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고 여기에 있고. 물론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크게 걸리긴 하지만, 결국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거든. 우리는 그래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하지만,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쟁자 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직이 쉬운 부분이 얼마든지 있어. (느긋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래). 그리고 한국에서 직장 경력이 있는 이민자의 경우, 영어는 잘 안될지 몰라도 기본적인 리더십이나 조직 내 트러블 해결 경험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로 고객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아.

물론, 먼저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기업들에게 주지 시킬 필요가 있겠지. 어느 기업의 고객 상담실에 전화를 하더라도 한국어 서비스를 먼저 문의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한국인의 취업 가능성을 열어두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

반대로,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친분을 유지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인이 가지는 독특한 엑센트에 빨리 적응하도록 하는 것도, 나중에 취업 기회를 넓히는 것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란계, 인도계, 중국계 악센트의 경우,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한국식 악센트보다 훨씬 알아듣기 힘들지만, 오랜 세월 동안의 지역주민들과의 융화로 인해서 많은 현지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거든. 그리고 일단 어떻게든 취업이 되었다면, 적어도 처음 몇 개월 간은 ‘여기가 한국 회사다..’하고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의 평가에 아주 도움이 되더라. “서양 회사에서는 쉬는 시간, 퇴근 시간 칼 같이 지키고, 원리원칙 그대로만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라는 막연한 기대는 실제 회사생활을 해보면 무참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물론 이런 출퇴근 시간 문화는 회사나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시프트 근무를 하는 소매업이나 레스토랑에서 만큼은, 칼퇴근하는 사람들 별로 좋게 안 보고, 근무시간 조정하려고 할 때, 쉽게 조정이 되는 사람을 더 좋게 보고.. 그렇더라구. 물론 늦게 퇴근한다고 해 봤자 15분 내외일 뿐이고 (더 이상 오래 머무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지), 다른 사람들 눈치 보거나 하는 것들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한국에 비해 편한 편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구적 이라고 기대하고 있던 사고방식 대로 행동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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