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모르는 인간

A 냉동에 사표를 던지고 나서 마지막 2주일은 정말이지 가시방석 같았어. 여전히 R 사장과 서비스 트럭 한 대를 같이 타고 다녔었는데, 마지막 날까지 끊임없는 불평을 들어야 했거든. “나 때는 기본적으로 한 달 정도는 여유를 주면서 회사를 그만뒀어. 그게 이 바닥 예의거든”, “옛날 ‘이란’ 이야기 중에 은혜를 배신하는 사람에 관한 얘기가 있는데…”, “양심이 있으면 여름 초입에 사표 내는 일은 안 할 텐데…”,  “아… 정말, 내 친구가 어프랜티스 같은 거 받지 말라고 그렇게 충고했었는데, 그걸 내가 안 듣고…” 등등, 운전하는 내내 옆에서 조근조근 돌려까기를 시전하더라. 하지만 나로서는 회사를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어프랜티스 수련 시간을 등록하려면 그의 싸인이 필요했었기 때문에, 빙긋빙긋 웃음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지. 게다가 이곳의 냉동 트레이드 바닥도 좁디 좁아서, 뭔가 해코지를 하고 헤어지게 되면 반드시 뒷감당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었거든. 결국, 내가 일한 만큼의 어프랜티스 시간을 무사히 등록하고, R 사장과는 악수를 나누며 헤어지게 되었어.

D 식품은 A 냉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회사였고 L 마트만큼이나 체계가 잡혀 있는 회사였어. 처음에는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중소기업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앨버타 (Alberta) 주에 본사를 둔, 창립한 지 100년이 된 주방설비 전문 업체였고, 미국 T 냉동에서 만든 각종 조리기기들의 설치 및 수리, 관리를 서부랑 중부 캐나다에서 독점 계약을 맺고 하는 회사더라구. 그리고 또, T 냉동은 미국 시카고 근교에 본사 및 공장을 두고, 맥도널드, 웬디즈 등과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이나,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에 들어가는 각종 아이스크림 기계, 햄버거 그릴, 슬러시 기계 등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거대 기업이었고 말이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D 식품은 정말 1년 365일 내내 일감이 차고 넘치는 곳이었고, 난 이제서야 간신히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을 잡은 게 아닌가 안도감이 들더라.

D 식품에서 일하면서도 한동안은 L 마트에서 주말마다 근무를 하기는 했어. D 식품 처음 3개월 수습기간 동안 내 운명이나 회사 운명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었고, 또 수습 기간 동안에는 회사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L 마트의 복지 시스템에 기대야 했던 거지. 수습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당시 내가 일하던 L 마트 컴퓨터 부서 직원 스케줄링에 좀 문제가 생겨서,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L 마트와 (그리고 고객 서비스 및 소매업과) 영원한 작별을 할 수 있었다. 2005년 8월에 취업을 했으니 딱 10년 근속이었는데, 10년 근속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볼펜이랑 동전지갑 주더라.

A 냉동에서는 그만두는 마지막 날까지 회사 트럭 한 대를 타고 R 사장과 같이 돌아다녔는데, D 식품은 들어가자마자 간단한 트레이닝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회사 차량을 (그것도 따끈따끈한 신형 포드 Ford 밴을) 지급받았다. 타이어가 뺀질뺀질한 새 차를 받고 약 5분간 감개에 젖고 있는데, 갑자기 다운타운에 있는 어느 세븐일레븐 매장에 가서 응급 서비스 콜을 해결하고 오라고 하더라구. 그렇지. 내 앞으로 회사 차량이 지급된다는 건, 이제부터 나 혼자 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와야 한다는 말이 되는 거지. 그것도 이전에 듣도 보도 못했던 케밥 온장고를 가서 고치라고 하는데, 내가 매니저에게 그 기계를 모른다고 난색을 표하니까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무조건 나 보고 가라고 하는 거야.

마치 예전에 애니메이션 일을 할 때, 미국 방송사 하청을 통째로 받아서 할 경우 촬영까지 마친 필름을 항공편으로 부쳐야 했는데, 스케줄을 못 맞춰서 작업을 발송일까지 못 끝내게 되면, 셀 없이 그냥 멀쩡한 촬영대 바닥을 찍어서 보내곤 했거든. 그러고 나면 미국 회사 측에서 “Retake – No Picture”라는 재작업 지시를 받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빠듯한 스케줄 동안 항공우편 왔다 갔다 하는 2주일 정도를 벌기도 했었어.

D 식품 역시 당시에 세븐일레븐과 아주 빡빡한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었던 터여서, 매니저 입장에선 어쩌면 내가 그 기계를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계약상으론 일단은 수리기사가 제 시간에 현장에 도착 해야 했던 거지.

처음 D 식품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는, 음… 알짜배기 우량 중소기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 아무래도 독점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하는 업체라서 다른 업체랑 가격경쟁을 할 걱정이 없었고, 때문에 계약이 날아가지만 않으면 회사 매출이 상당 분량 보장이 되는 비즈니스였던 거지. 그래서인지 일단 직원에 대한 처우가 상당히 괜찮았는데, 특히 출근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쳐주는 건 아주 매력적이었어. 사실, 이런 출장 서비스 트레이드의 경우 아침에 서비스 장소로 곧바로 출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식의 급여산정이 이 트레이드에 당연한 거라고 (전에는 단지 악덕 기업주 밑에서 일하느라 혜택을 못 받은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이후에 또 다른 직장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출근 시간을 계산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깨닫게 됐지.

그리고 또, 업무 중에 발생한 비용 정산에 있어서 아주 유연하고 빠르게 처리해주었는데, 예를 들어 부품이나 안전 도구 / 복장 구입은 물론이고, 밤늦게 일을 하다가 피곤해서, 혹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운전을 못 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주저 말고 숙소를 잡아서 쉬라고 독려를 한다든지, 외부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될 경우 회사에서 숙소를 잡아주고 식대를 지급한다든지 등등, 주 고객들이 대기업들이라서 그런지, D 식품의 직원들도 나름 대기업 수준의 대우를 받는 느낌이었어. 일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용 처리에 있어서 회사가 군소리 않고 즉석으로 해주는 게 업무 스트레스를 얼마나 덜어주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무엇보다 D 식품의 가장 큰 장점은 맥도널드, 세븐일레븐과 같은 대형 기업들과 독점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어서 사시사철 일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건 사실 양날의 검과 같은 거였지. 다른 냉동/공조 회사의 경우 여름엔 정신 없이 바쁘다가도 겨울에는 하루에 2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D 식품은 아이스크림, 슬러시 외에도 커피나 햄버거 그릴 같은 걸 서비스했기 때문에 연중무휴로 바빴다. 근데… 이런 젠장… 바빠도 바빠도 그렇게 바쁠 수가 없더라구.

매년 갱신되는 독점 계약의 우선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D 식품은 아주 무리한 일정을 감내해야 했는데, 예를 들어 응급 서비스 콜의 경우 4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고, 24시간 안에 기계를 고쳐내야 하는 등의 계약이었어. 뭐 이렇게 써놓고 나니 딱히 힘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당직 대기 주간 (On Call Week 일과 후 혹은 주말에 발생하는 서비스 콜을 책임지는 업무) 어느 날은 이런 응급 콜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해서, 기계를 고치기는커녕 4시간 안에 얼굴 한번 비추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았어. 게다가 맥도널드나 세븐일레븐의 경우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응급 서비스 콜은 한밤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쏟아졌다.

물론 일과 후나 주말에 생긴 서비스 콜을 받아 나갈 때는, 일반 시급의 1.5배에 최소 2시간 노동으로 계산 하고, 출근 시간은 물론 퇴근 시간도 계산하는 등 잠깐 나갔다가 와도 꽤 짭짤한 벌이가 되긴 했지. 그래서 일 시작하고 처음에는 밤에 응급 콜을 받고 나가서 스위치만 슬쩍 올리고 오는 일이 생기면 (의외로 응급 콜의 경우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많더라) “아싸.. 개이득…” 하기도 했었어.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밤에 친구들과 만나다가도, 혹은 영화를 보다가도, 그렇게 스위치 하나 올리려고 모든 걸 작파하고 나서야 한다는 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더라구. 한 번은 어느 겨울 밤, 한참 자다가 콜을 받고 나가보니 너무나도 간단한 문제여서, 세븐일레븐 야간 근무 직원에게 “야이 씨.. 너 정말 새벽 2시에 슬러시 기계를 꼭 고쳐야 하겠어?” 라며 화를 내기도 했었는데.. 사실 그 친구도 우리 서비스 계약에 따른 가게 방침대로 연락을 한 것뿐이었고, 나쁜 건 악성 하청 계약이었던 거였지.

여름 끝물이 다가오자, 매니저한테 약속대로 학교로 돌아가서 2년차 과정을 마치게 해달라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하더라. 이유는 다른 기사가 먼저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약속이 다르지 않냐고 따졌는데, 올해에 보내준다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하더라. 그러고는 일단 학교에 등록부터 먼저 하라고 하더라구. 그런데 알고 봤더니 어프랜티스 2년차 과정도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혹은 회사가 보내준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하하. 이것도 이미 2년치 예약 대기가 다 되어 있는 상태여서 나로서는 가장 빠른 학기에 예비 등록만 해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

그러던 중,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인해서 D 식품에서의 내 위치가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되는데, 처음 입사해서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내 사수로 같이 다녔던 대만계 이민자 친구랑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내가 이전에 했던 일이 컴퓨터 수리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

사실… 같은 동양계 사람들이지만, 중국식 악센트와 한국식 악센트는 완전히 달라서 서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잖아. 이 친구가 회사에다가 내가 커피 기계 수리를 했었다고 전달했나 보더라. 마침 그 해 가을 D 식품은, 중서부 캐나다 전체 맥도널드 매장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스위스 F 주방기기에서 나온 신형 에스프레소 기계로 싹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런 단순한 오해 때문에 내가 설치 담당자로 임명되었다 (물론 단지 커피 머신 경력이 있다는 헛소문뿐만 아니라, 내 급여 레벨과 회사 일상 업무에 있어서 내 중요도를 전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을 거야. 다시 말해, 내가 그 일에만 전념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큰 피해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원래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그땐, 이 모든 게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뭔가를 해명할 기회도 없이 입사 3개월 만에 커피 기계 담당자로 등극하게 되었고, F 주방기기의 에스프레소 기계 엔지니어로부터 직접 트레이닝을 받은 다음 곧바로 실무를 뛰어야 했어. 정말로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하나도 없는 기계를 처음 다뤄보려고 하니 실수도 많고, 기계 작동 원리를 모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리고, 주방기기 설치에 관련된 많은 용어들 (수질 체크, 위생 관련 용어 등)이 냉동/공조 기술 용어와는 또 달라서 생소했지만.. 그래도 몇 주가 지나자 웬만큼 적응할 수 있게 되더라.

사실 모르는 사람들 생각으로는, 이런 주방 기계 설치라고 했을 때 그냥 수도 호스 연결하고, 전기 플러그 꼽고, 그러면 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업용 기계들은 가정용 TV처럼 포장 풀면 곧바로 쓸 수 있게끔 나오질 않아. 전기 플러그나 정수기 연결 호스 형식도 다 제각각이어서 그것부터 (수도 배관공이나 전기기사에게 재하청을 줘서) 새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더라. 게다가 커피 기계 역시, 설치할 당시에 미리 세밀하게 조정을 해주고 나서야 쓸 수가 있었고, 무엇보다 기계 자체가 제조 결함인 상태로 배송되는 경우도 너무 많았어. 이럴 경우, 소매업이라면 곧바로 교환이나 환불을 해야겠지만, 영업용 제품은 지금 당장 설치를 마치고 가게에 돈을 벌어다 줘야 하기 때문에, 교환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고쳐서 운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지.

이게 만일 A 냉동처럼 작은 회사였다면, 하나하나 작은 실수가 곧바로 회사 신뢰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D 식품에서는, 내가 오늘 이걸 (그 에스프레소 기계의 한 대의 가격은 2만불 정도 했다) 설치하다가 망가뜨리게 되면, 회사 창고에서 다른 걸 들고 와서 설치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었지.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처음에는 한 대 설치하는데 8시간이 걸렸는데, 몇 주가 지나자 4시간으로 단축했고, 이듬해에는 4시간이면 두 대를 설치할 수도 있었어. 이렇게 6개월이 지나자 광역 밴쿠버 지역과 휘슬러, 팸버튼 지역, 그리고 프레이저 밸리 지역의 모든 맥도널드 매장에 백 대가 넘는 기계를 설치한 사람이 되었고, 어느새 F 주방기기 에스프레소 기계에 대해서 만큼은 회사 내에서 자타공인 전문가가 되어 있더라.

설치를 하고 다니느라, 그리고 설치 중 기계 결함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빨리 수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내 서비스 트럭엔 항상 에스프레소 기계의 부품들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또, 맥도널드 레스토랑 어디든지 에스프레소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대뜸 나를 그곳으로 보내는 거야. 그곳이 밴쿠버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곳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오후 내내 운전해서, 때로는 비행기를 예약해서, 때로는 배를 타고, 어디든 고장이 생기면 가야 했다.

“아무리 하청계약도 계약이지만, 이렇게 비용을 들여서까지 그걸 당장 고쳐야 하는가? 그냥 부품을 택배로 보낸 다음 그 지역 기사들에게 고치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택배로 보내는 시간과, 그 지역 하청기사들의 실력에 도박을 거느니, 차라리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확실히 고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게 나았던 거겠지. 뭐, 나로서도, 비행기를 타고 갈 때나 배를 타고 갈 때는 왠지 공짜로 여행도 하고 돈도 번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소리 안 하기도 했고.

하지만, 모든 에스프레소 기계 관련 일이 나에게 몰리니까 차츰 역부족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라. 그러던 어느 날 어프랜티스 시간을 등록하려고 했더니, D 식품에서는 내가 일한 시간 (내 급여가 계산된 시간)의 70%만 어프랜티스 시간으로 등록해준다는 거야. 아니 이건 뭥미…… 당연히 따져 물었는데, 매니저의 대답은 “너 지금 냉동 일 하고 있냐?”하더라고. 뭐.. 맞는 말이긴 했지만, 내가 원해서 커피 기계 담당자가 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억울했지.

사실, D 식품에 오고 나서부터는 잔업도 많고 일하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서 70%만 등록해도 일반 회사에서 일했을 때의 시간과 비슷하긴 했는데, 어프랜티스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저니맨이 되고 싶은 게 당연한 거라서 불만은 없을 수 없었어. 그리고, ‘이렇게 냉동 일을 하나도 안하고 있다가, 만일 무슨 일이 생겨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을 때 과연 내 경력을 인정받고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고 말이야. 맥도널드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를 설치하던 어느 날, 마침 근처에 있는 L 마트 지점에, 예전에 노스밴쿠버에서 날 처음 채용해 줬던 컴퓨터 부서 매니저가 일하고 있더라구. 여기 D 식품에 지원했을 때 그 친구가 추천인이 되어 준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인사도 할 겸, 갓 설치한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뽑은 카푸치노를 들고 찾아갔었지. 의외로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더라. 그러더니 L 마트와 완전히 결별하고 얻은 새 직장에서의 삶이 어떤지 물어왔는데, 그때는 내가 이미, 허니문 기간이 끝나서 자신 있게 너무 좋다는 답이 튀어나오지 못하는 시점이 되어 버렸더라구. 그래서 힘없이 얘기했지. “내가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라는 거 잘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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